계약갱신요구기간 10년으로 확대‧월차임 증액 5%규제 등…국회 통과는 '미지수', 與 '통과 의지'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주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치 마련 작업에 한창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되는 현상으로, 홍익대학교 인근, 경리단길, 서촌, 상수동 등지 등에서 주로 목격된다.

최근 서촌에서는 이 문제로 인한 임차인와 임대인 간의 갈등으로 인한 폭행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른바 ‘궁중족발 사태’로 알려진 이 사건은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기간인 5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기존 보증금 3000만원을 1억원으로, 월세는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인상 통보하며 시작됐다. 부당함을 느낀 임차인은 1‧2심의 재판을 거쳤지만 패소했으며, 이에 임대인을 폭행해 구속됐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시장경제체제 하에 있는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문제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이 문제를 계약갱신요구기간을 연장하거나 월세의 상한선을 두는 등 최소한의 장치를 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재했다.

또한 임차인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임대인에게는 재산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한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며 흐지부지되곤 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궁중족발 사태’처럼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이 격화시키고 있으며, ‘상생경제’ 측면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개정안은 20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했으며, 민주당 의원 7명(고용진, 김해영, 남인순, 설훈, 이수혁, 정재호)과 바른미래당 의원 3명(박선숙, 이찬열, 최도자)이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계약갱신요구기간 10년으로 확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월차임 인상 상한선 제한 등이다.

무엇보다 개정안에서는 ‘임차인 보호’에 방점을 찍은 것이 눈에 띈다.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도 임대인을 ‘거래상 우월적 지위’로, 임차인에 대해서는 ‘상대적 약자’라는 표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상가건물의 임대차 적용범위를 모든 상가임대차 계약(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낮은 경우 제외)에 확대, 임대차는 임차인이 사업자등록을 한 그 즉시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발생, 임대인이 철거 또는 재건축을 위한 임차인에 의한 계약 갱신요구를 거절하고자 할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77조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지급한 경우에 한하도록 한 점 등이 그것이다.

또한 임차건물에 대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은 5%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하고,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월차임으로 전환되는 금액에 연 10%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비율을 곱한 월차임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개정안에서는 상가분쟁과 관련해서도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통한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광역자치단체별로 설치해 적극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임대인의 우월적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법을 위반한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불공정거래행위로 보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및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된 법안들이 몇 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궁중족발 사태’로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돼 있으며,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궁중족발 사태’를 언급하면서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궁중족발 사건은 상권과 지역을 살리는 상인이 임대료 상승 때문에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부른 비극”이라며 “동네가 뜨면 상인이 그 동네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는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법안 4건을 포함해 총 23건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며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은 안타깝게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몇 년째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에서 임대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던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건물주 이모씨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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