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가격 경쟁력 우수…업계 “대체재 찾기 힘들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국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를 놓고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술력으로 보나 가격경쟁력으로 보나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는 화웨이지만 해외에서 보안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선뜻 선정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화웨이는 세계적인 장비업체로, 세계 통신 장비 시장에서 29.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지난해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 장비를 선보기도 했다. 기술력만 놓고 봐도 타 경쟁사보다 6개월 이상 앞선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18일(현지시간) 호주 정보기관은 이통사에 5G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도록 강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호주는 2012년에도 화웨이 광대역 국가 네트워크 구축사업 참여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지난 2월 미국 정보기관들은 미국 의회에서 “중국의 화웨이와 ZTE 제품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장비 업계 관계자들은 화웨이가 마음만 먹으면 국내 통신장비, 네트워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선망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넓게 보면 국내 통신망 전반에 대한 정보를 알기는 쉽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과 적대국이 되어 좋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된다면 중국이 국가 통신망을 공격하는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셈이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5G 망 구축에 가장 중요한 기술적 안정성, 타사에 비해 20~30% 저렴한 가격을 갖고 있다. 게다가 속도도 관건이다. 내년에 5G를 상용하려면 이통사 입장에서는 5G 장비를 하루빨리 발주하고 망을 구축해야 한다. 대용량 장비를 제 속도에 맞출 수 있는 업체로는 화웨이가 가장 유력한 상태다.

장비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이번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LTE 장비에 화웨이를 도입하기 시작한 LG유플러스가 5G에도 화웨이를 도입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LTE와 5G가 한동안 같이 사용될 것을 고려하면 호환성 측면에서도 화웨이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화웨이 이외의 장비를 사용해도 호환은 가능하지만 더 비싼 장비에 새로운 투자를 할 필요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외에도 다양한 장비업체를 고려하고 있다. 단순히 호환성 때문에 화웨이를 선정할 것이라는 분석은 앞서나간 이야기다. 5G 장비라면 LTE 와의 호환성은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의 보안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LTE 때부터 화웨이 장비를 써오고 있지만 문제없이 사용해왔다. 보안이슈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며 “오히려 무선 장비는 이통사의 정보가 머무르는 서버와 연결된 유선 장비보다 보안 위험 적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를 놓고 더 고민이 깊은 쪽은 SK텔레콤이다. 정부 주요 관계자들 대다수가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새롭게 화웨이 장비를 전격 도입하면 도입 이유와 보안 이슈 대응 등에 관심이 몰릴 것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장비와 단말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위치여서 더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3.5㎓ 대역만 놓고 보면 아직 삼성전자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고주파 대역인 28㎓ 대역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이 실리냐 눈치냐를 두고 가장 고민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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