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 카드 해석…靑 “중국이 비핵화에 긍정적 역할 할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게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 관련 사진.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세 번째 공식 방문한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이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방중 시간에 맞춰 관련 소식을 보도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또한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는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이후부터 김 위원장이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보도는 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고려항공(JS-251) 특별편이 베이징에 착륙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방중 사실을 공식 보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 3월 베이징(北京)과 5월 대련(大连) 이후 세 번째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가 북한 지도자의 방중 시간에 맞춰 이를 공식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두 차례 방중 했을 당시 베이징과 대련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갖은 추측 보도가 쏟아졌지만, 관영 매체들은 아무런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중국 언론은 김 위원장이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뒤에 북한 관영매체와 비슷한 시각에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 중국 언론 이례적 보도, 김정은 위원장 방중 중국 정부 공식화

중국 관영 매체의 이례적인 보도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중국 정부가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남·북·미가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과만 밀착외교를 펼쳐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회담 전 중국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은 석 달 간 총 3차례에 걸쳐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공조를 통해 한반도 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북한과 북중정상회담을 세 차례 성사시키면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주석 또한 북중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시 주석은 북중회담에서 “북미 양측의 정상회담 성과를 잘 실천하고 유관국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기 바란다. 중국은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미 3국은 ‘4·27 판문점선언’과 북미회담 공동선언에 명시된 군사적 긴장감 해소 및 한반도 평화체제 유착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한미는 오는 8월 예정된 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했고 북한은 신속한 비핵화를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중국이 개입 의지를 밝힌 것은 평화 기류에 편승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중국 또한 급격히 바뀌는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미회담에 중국 외교라인 인사들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는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이다.

북한은 대미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중국의 개입과 중국 역할론을 환영하는 눈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조선 측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하고 중국이 계속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중국 및 유관국들과 함께 영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 조선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 靑, “중국 비핵화 과정에 긍정적인 역할 할 것”

청와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 차례 정상회담을 ‘비핵화를 향한 진전’으로 평가하고 중국이 비핵화 과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북중정상회담이 비핵화에 한걸음 더 진전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중국이 비핵화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중국의 역할론과 관련해 비핵화의 안정적 완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는 “북한으로서도 비핵화를 해나가는 데 있어 중국의 존재가 안전판 역할을 담보하는 역할이 있을 것 같고,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한반도의 밀접한 이해관계 당사자인 중국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중국 양쪽의 정보를 한국에서도 많이 접하고 있다. 양측과 계속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러시아 방문을 하루 앞두고 오늘은 관련 준비에 집중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동북아 외교행보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번 북중정상회담 개최의 사전 통보 및 이후 한중정상 간 통화 여부에 김 대변인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두 정상이 직접 통화한 적은 없다. 다만 중국과 우리 외교 당국자 사이에 상시적으로 긴밀하게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게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차 정상회담 사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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