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수주 불황에 수년째 공채 중단, 구조조정 가시화…항공사, 여객실적 호조세에 하반기 채용 800명 추정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하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업계 고용시장이 상반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업황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 해운업체들은 올초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등 신규 인력채용에 여력이 없는 반면 항공사는 여객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하반기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내 조선업체들은 공채를 진행하지 않거나 소규모 상시 채용만 진행할 예정이다. ‘빅3’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조차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이들 업체는 수년째 신규 인력이 수혈되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5년 하반기 이후 3년 가까이 공개 채용이 중단된 상태다. 올 하반기 공채 계획 역시 전무하다. 현대중공업도 올 하반기 채용이 계획되지 않았다. 공채는 2년간 중단된 상태로 엔지니어, 연구직 등에 한해서 소규모 인력만 상시 채용으로 충원해왔다.  오히려 지난 4월엔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인원 감축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엔 5년째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이번 하반기 공채 계획 역시 불투명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 계획에 대해선 내부 회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산업은행에 제출한 구조조정안을 이행하기 위해 인원 감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새로운 인력을 수혈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선 지난 2016년 말 조선업계 수주 절벽이 도래한 이후, 업계 침체가 가속되며 고용 위축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채용이 전무한 것은 물론, 올초부터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조선업 일자리도 대폭 줄었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정규직은 3만5471명으로, 수주 가뭄이 시작된 지난 2016년 12월 정규직(4만3938명)에 비해 8000여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협력업체 직원도 3만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선 업황 회복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업체의 신규 채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선박 가격이 상승하고 전세계 수주 물량이 증가하는 등, 호재가 거론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건비 절감으로 경영난을 타개해야 하는 까닭이다. 

 

업계 전반의 회복세가 가시적이지 않은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 신규 인력을 수혈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힘이실린다. 다만 일각에선 수주물량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 적은 규모로 신규채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물량은 보통 1년 8~9개월 정도 지나 반영된다. 지난해 받은 수주 물량이 내년 실적에 반영되고 업황이 밝아지면 신규 채용이 진행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여객 수요 증가로 훨훨 나는 항공업계… LCC 대거 채용 예고

항공사들은 지난해 이어 올 하반기까지 채용 규모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엔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이 우선 신규채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한항공은 상반기 200여명의 신입직을 모집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200명 신입 객실승무원을 모집한다. 동시에 현재까지 경력 객실승무원도 채용하고 있어 올해만 총 600명가량의 직원이 채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잇따른 오너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실적에 고용 인력을 대폭 늘리는 모양새다. 

최근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LCC도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 이들 업체는 올해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 노선을 확충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선 가운데 승무원 및 운영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진에어는 이번 상반기 250여명 채용에 이어 하반기에 일반직 경력사원을 포함한 250여명을 모집해 올해만 총 500여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상장을 앞둔 티웨이항공도 오는 23일까지 운항승무직 등에 신입·경력직을 채용한다. 이스타항공도 운송본부 신입직원 100여명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올 하반기 국내 항공사에서만 800명 규모의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추측된다. 이 같은 채용 확대엔 여객 수요 증가에 힘입은 업계 호황이 뒷받침한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항공여객은 총97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5% 여객수가 증가했다. 특히 국제선 여객은 18.4%나 증가해 업계 전반의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증가하며 항공사들이 사업 규모를 대폭 키우는 추세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 항공사들이 신규 항공기를 들여오고 있는데, 그와 함께 항공기 가동률 자체도 높아 인력이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며 "향후 중국 노선 확대 등과 함께 여객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채용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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