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회식’ ‘출퇴근 중 사고’ 모두 인정 안 돼

사진=연합뉴스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 업무를 하던 A씨는 지난 2016년 7월 사업주로부터 ‘치킨을 먹으려고 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은 와라’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직원 5명과 치킨을 먹고 맥주 500㎖도 한잔씩 주문해 마셨다. 술자리는 밤 11시 30분쯤 마무리됐고, 비용은 사업주가 모두 지불했다.

A씨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직원 두 명과 식당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셨다. A씨는 동료들과 자정쯤 헤어진 뒤 사측에서 제공한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이 사건 모임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이고,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귀가하다가 사고가 났기 때문에 ‘업무상 사고’가 인정돼야 한다며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의 유족은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모임이 산재보험법에 적용되는 ‘행사 중의 사고’라는 A씨 측 주장에 대해서 “이 사건 모임에 참석한 직원 수가 전체 직원 수의 절반이 채 되지 않고, 이 사건 모임이 사전에 예정된 바 없는 점, 사업주가 직원들에게 참석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했을 때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성에 따라 개최된 업무상 회식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교통사고가 출퇴근 중의 사고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산재보험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아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주가 망인에게 오토바이를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용인했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을 할 것까지 예상했거나 그로 인한 위험까지 감수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교통사고는 망인의 음주운전과 신호위반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봐야하고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교통사고는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공단의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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