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자료 영구 보존…현직 법관 13명 징계절차 및 재판업무 배제

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형사고발이 아닌 수사협조 카드를 선택했다.


이를 위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조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 자료를 영구 보존하도록 했으며, 내부적으로는 관련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절차가 이뤄지도록 조처했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오후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 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 자료를 영구 보존할 것도 지시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자료를 모두 제공하는 한편, 사법부 스스로가 지난 잘못을 잊지 않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 13명(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판사 2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이들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이뤄졌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계절차의 특수성 및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김 대법원장은 그동안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특별조사단의 독립적이고도 철저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처 해명하지 못한 의혹들에 대한 외부기관의 수사를 요청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사법부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로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또다시 침해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사에 대하여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다”고 수사협조 배경을 밝혔다.

이어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외관에 있어서도 공정해 보여야 한다”면서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만으로도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꾸짖음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를 포함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숭고한 사명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법원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특조단은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추진했던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국제인권법연구회 축소 압박과 관련해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재판 거래’ 의혹은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관련자들의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후속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법원 안팎의 의견을 들은 후 관련자들의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공표했다.

한편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정책에 반대하거나 재판에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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