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장르 편중 심각…개발 경쟁력 저하 우려

순위 고착화 현상이 PC 온라인게임에 이어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RPG 장르로의 편중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 사진=구글 플레이
순위 고착화 현상이 PC 온라인게임에 이어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존 인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역할수행게임(RPG) 장르로의 편중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RPG가 장악한 지 오래다. 과거 2012~2013도만 해도 모바일게임의 주류 장르는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캐주얼게임이었다. 그러나 이후 대형 개발사들이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하면서 대세는 RPG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 넷마블과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을 각각 흥행에 성공시키면서 RPG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순위 고착화 현상도 문제다. 리니지M의 경우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매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상위 10위권 내 게임들 역시 순위 변동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모바일게임의 흥행 공식은 RPG와 인기 IP의 결합이다. 신규 IP 및 RPG 외 다른 장르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매출 1위부터 30위 사이를 살펴보면 2/3 이상을 RPG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해당 RPG 대부분은 기존 인기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문제는 다양성의 부재다. RPG 편중 현상이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시장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RPG 인기는 한국과 중국, 동남아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일본 등에서는 여전히 캐주얼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 김수정(가명·28)씨는 “최근 모바일게임을 보면 대부분 천편일률적”이라며 “이제는 참신함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관련해 게임사들도 할 말은 있다.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은 그 리스크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참신한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던 넥슨의 모바일게임 ‘듀랑고’는 초반 반짝 흥행에 그친 뒤 현재 매출 순위 3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넷마블이 최근 야심차게 출시한 전략 장르 모바일게임 ‘아이언쓰론’도 10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RPG 장르를 제외한 다른 장르로는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다”며 “특히 비 RPG 장르의 신규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게임업계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게임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보통 신규 IP의 경우 중소 게임사나 인디 개발사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의 자금력은 대형 게임사들과 비교해 한참 부족하다. 결국 대형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중소 업체 개발자는 “지금도 앱마켓을 가보면 참신한 게임들이 많이 있다”며 “그러나 마케팅 비용이 부족해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게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RPG 편중보다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RPG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언제 다시 다른 장르가 인기를 끌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개발 능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모바일게임 시장은 특정 장르나 게임이 독점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여러 중소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곳이었다”며 “이제는 모바일 시장도 대형 게임사 아니고서는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등장하기 위해선 게임 생태계 복구가 먼저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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