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가업승계 가장 큰 걸림돌…“강화기조 재검토 필요”

부모의 가업을 승계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승계제도가 내년 말부터 공제요건이 대폭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가업승계로 인한 세금 폭탄을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부의 대물림’에 대한 제재 강화 기조가 중견기업들의 기업 존속을 흔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부모가 일정기간(최소 10년 이상)을 가업을 영위하면 200억~500억원까지 공제하는 제도다. 만약 A가 부모로부터 20년 된 500억원짜리 회사를 물려받았다고 가정하면 가업 상속으로 인한 세금은 ‘0’원이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선 △직전 3개연도 평균매출액 3000억원 미만 △상속 개시일 전 2년 이상 상속인 가업종사 △피상속인 가업 10년 중 5년 이상 대표이사 재직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가업을 물려받은 후에는 10년간 근로자(정규직)의 수도 유지해야 한다.

이에 일선에서는 가업승계의 가장 큰 장애물로 세금을 꼽는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500개 기업 중 약 68%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가업승계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표=조현경 디자이너



현행 상속세법은 상속자산에 대해 50%(과세표준 30억원 이상)의 세율을 적용한다. 최대주주의 경우 30%의 할증 규정으로 실제 실효세율은 65%까지 올라간다. 쉽게 말해 100억원짜리 회사를 물려받았을 경우 65억원을 상속세로 내야 하는 셈이다. 가업승계를 시도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위협받기도 한다. 쓰리세븐, 농우바이오, 비피더스 등이 바로 그런 예다.

가업승계 세제지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확대되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제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 2008년 이후 가업승계제도의 핵심 개정사항을 살펴보면 △사업영위기간 15년에서 10년으로 완화(2008년) △피상속인의 대표이사 재직기간이 총 가업영위기간의 60%(기존 80%)로 하향(2009년) △평균매출액 2000억원에서 3000원으로 확대(2012년) 등 가업승계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내년 11월부터 가업(중견기업) 상속인의 가업상속재산 외 상속재산이 상속 세액의 1.5배보다 많을 경우 가업상속공제 적용을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상속세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굳이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여기에 500억원의 공제 한도를 받을 수 있는 가업 영위 기간도 20년 이상에서 30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가업상속공제를 실제 적용받는 기업은 매년 평균 50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들이 적용받는 ‘가업상속공제’로 발생하는 조세지출은 735억원(2016년 기준) 수준이다. 올해는 681억원으로 하향 전망됐다. 점점 강화되는 공제요건으로 가업상속 공제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업 20년을 조금 넘긴 한 출판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가 점점 성장하면서 가업승계에 대한 걱정이 크다. 공제요건을 넘겨 상속세를 한푼도 공제 못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한 회계사는 “가업상속으로 인한 재원부담으로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기업들을 실제 있다. 강화기조로 돌아선 가업상속공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