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화웨이·노키아·에릭슨 4파전…조건은 안정성‧가격‧공급시기

사진=셔터스톡
5G(5세대) 상용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이동통신사가 어떤 장비 업체를 선정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통사들은 안정성과 가격을 중시하면서도 원하는 시기에 장비 공급이 가능한 업체를 눈여겨보고 있다. 장비 업체들도 5G를 호재로 여기고 이통사 공략에 나섰다.

오는 15일  5G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다. 경매가 이달 안에 마무리되면 이통사는 곧바로 5G 장비 업체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조원을 투자할 주파수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에 앞서 전국망을 구축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통사들은 이미 유수 장비 업체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장비사 선정은 오는 7월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가 원하는 조건으로 장비를 대량 생산하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하루라도 빨리 업체 선정이 이뤄져야 해서다. 장비를 선정한 이후 LTE와의 호환, 성능 시험 등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 올해 안에 바로 전국망을 구축하기는 어렵고 수도권과 광역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망을 넓혀갈 계획이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는 올해 안에 경매 대금의 1/4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납부해야하는데 이자만 따져도 큰 비용이니까 최대한 서비스 도입 일정을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비 업체는 삼성전자·화웨이·노키아·에릭슨의 4파전으로 추려졌다. 이통사는 이들 장비 업체를 놓고 안정성, 가격, 공급 가능 시기 등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번 망을 구축하면 1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데다 5G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감안하면 끊김이나 지연이 있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장비사들이 이동통신 표준화기술 국제협력기구(3GPP)의 5G 표준에 맞춰 장비를 제작하기 때문에 기술 수준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인데다 표준이 같으니 기술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안정성을 기본으로 본다면 가격과 공급 시기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통신비 인하 부담을 안고 있는 이통사로서는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화웨이는 LTE 때 처음 국내 이통사에 통신장비 공급을 시작했다. 당시 LG유플러스만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이통 3사가 화웨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화웨이의 기술력과 세계 점유율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간한 ‘시장 점유율 분석: 2017년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장비’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순위 2위를 기록했다.

화웨이 장비 가격은 다른 업체 장비보다 2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웨이는 보안 문제라는 큰 걸림돌을 안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 공급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할 것”이라며 “보안 문제 등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가격도 봐야겠지만 첫 번째로는 안정성을 먼저 볼 것이다. 그 다음에 가격, 그 다음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물량을 장비 업체가 공급해줄 수 있는지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이 공급 시기에도 민감한 이유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점하는 것이 마케팅에 유리해서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5G를 선점하는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해왔다. 따라서 이통사가 원하는 공급 시기를 맞추지 못하는 업체라면 선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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