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해 직항로 개방 조짐, 항공사 유류비‧영공통과료 등 비용절감…“실효성 있는 사업 구축 위해 대북제재 완화돼야”

/ 그래픽=이다인 인턴 디자이너

남북 해빙 기조와 함께 항공업계서 북한의 영공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완화될 경우 남북간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이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항공기가 북한 영공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게 되면 잠재적인 항공수요 창출은 물론,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의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남북 간 해빙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합의문에 공동 성명했다. 합의문엔 과거 북미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양국이 한반도 평화를 새롭게 구축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소될 가능성이 열렸다. 


국내‧외 업계선 이번 회담을 단순 선언적 의미를 넘어 향후 남북 경제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틀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이 경제협력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은 물론,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구축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선 북한 영공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항공의 경우 철도, 도로 등과 달리 별도의 인프라 추가 구축 없이 기존 공항을 활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초 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자국 영공개방을 통한 국제항로 신설을 요구하며 영공 개방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직항로가 개방될 조짐도 관측된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남북을 가장 먼저 연결하는 길은 하늘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로, 철도 등을 이용한 육로와 달리 현지에 연착륙이 가능한 공항만 있다면 바로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항공 이용의 주요 목적은 사업과 관광인데, 향후 남북 경제협력 등이 속도를 내면서 이 같은 파생 수요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업계선 가장 우선적으로 개방될 수 있는 항공 노선으로 바다를 통해 우회하는 동‧서해 직항로가 꼽힌다. 이 노선은 동해, 서해를 끼고 우회해 북측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다. 이중 서해 직항로는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이후로 국적 항공사들이 유럽, 미주 노선 비행 시 활용됐으나,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활용이 금지됐다. 

 

이후 특정 행사에만 항공운송이 부분적으로 사용될 뿐 경제 교류를 위한 실용 항공 노선으로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나 서해 직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중국 베이징 등을 경유하는 항로보다 10여분간 운항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여기에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 진전됨에 따라 북한이 휴전선 이북의 영공을 개방할 수 있을 거란 추측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적기가 북한 영공을 직접적으로 통과할 경우 중국, 러시아, 미주, 동유럽 등을 향하는 노선이 단축돼 운항 시간이 감축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서 출발하는 미주 노선은 북한 영공을 우회해 일본 영공을 거쳐 태평양을 향한다. 국제 대북제재가 완화되고 남북이 운수권을 협의함에 따라 국적기가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게 되면 기존 항로보다 20여분을 단축되는 노선에서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다. 

 

운항거리가 짧아지면 항공사들은 연료유류비와 영공통과료를 절감할 전망이다. 고유가 기조로 연료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항공사들이 수익성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아울러 이 같은 북방 항로가 장기적으로는 국제 여객 수요 창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항공 안전을 확보해 해외 승객을 잠재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비용절감은 물론, 안전한 하늘길을 조성해 잠재적인 해외 고객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 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국제적 위험 요소가 줄어 드는 셈​이라며 ​특히 북한 리스크에 민감했던 해외 소비자들의 장기적인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남북간 직접적인 하늘길을 연결하기 위해선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사실상 비핵화와 함께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해소돼야 남북 경협이 그 다음 단계로 속도를 낼 수 있다. 대북제재 완화에 관해서는 향후 추세에 대해 더 주목해야겠지만 몇 년까지 걸리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대외적인 북미 합의문은 개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비핵화 의지는 확실히 비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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