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스타트업 초기 투자하고 일본‧대만‧베트남 등 진출 도와…“파트너 협업도 중요”

엄정한 컴퍼니비 대표를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에서 만났다. / 사진=차여경 기자


엄정한 컴퍼니비(Company B) 대표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무엇보다 현지 유통망을 잘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믿을만한 현지 파트너와 손잡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엄 대표는 부연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 마케팅, 법률 지원도 함께 지원한다.

 

엄 대표는 사실 변리사 출신이다. 2013년 역삼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다가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특허법률을 상담해주느라 9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만났다. 사회환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 개인 엔젤투자(스타트업 초기 투자)를 시작했다. 특허사무소에서 보는 눈을 키운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다 지인들이 액셀러레이터 제도를 추천해 컴퍼니비를 세웠다.

 

컴퍼니비는 특히 해외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IT(정보기술)공룡기업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것도 국내 스타트업의 진출을 돕기 위해서였다. 컴퍼니비만의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엄 대표를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경기문화창업허브에서 만났다. 다음은 엄 대표와의 일문일답.

 

변리사에서 액셀러레이터 대표가 됐다. 그동안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했나.

 

컴퍼니비의 BBuilder. 컴퍼니 빌더가 회사 이름인 셈이다. 기존 엔젤투자자자들은 조합을 만들어 투자를 한다. 벤처캐피탈(VC)들은 투자 수익률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법적으로 3년 이하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다.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보완하면 발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그동안 IoT, 로봇 등 하드웨어와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13개에 투자했다. 포트폴리오 기업 중 AI서비스 기업 크라우드웍스과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클로봇은 기업이나 VC들이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 만료된 음원 데이터 추축기업 아티스츠카드와 삼성전자 출신 헬스케어 기업 모어이즈모어도 주요 포트폴리오 사다.

 

그 중 후속투자나 비율은?

 

60% 이상은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것 같다크라우드웍스와 아티스츠카드는 이번에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크라우드웍스는 네이버나 인포뱅크에게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우리가 직접 후속 투자한 스타트업들도 있다.

 

‘Business를 이해하는 강한 Startup의 육성’이 슬로건이다. 비즈니스를 이해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어떤 사람의 매력을 정의해보자. 체력, 화법, 외모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서 평가하지 않나.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기술을 갖고 있어도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생태계와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물론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기 주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즉 사업을 하기 위해선 종합적인 요소를 갖춰야 한다. 기술 엔지니어 출신 창업가들은 사업에 익숙하지 않다. 창업가는 힘들겠지만 기술개발과 사업 운영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엄정한 컴퍼티비 대표가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일본과 대만에 지사가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함께 투자 설명회를 하기도 했다.

 

일본 지사장인 전병수 대표 덕이다. 전 대표는 일본 스타트업 업계에서 발이 넓은 인물이다. 10년 넘게 일본 VC 블루런벤처스에서 일했다. 2015년 지인 소개로 전 대표를 만났다. 밥을 먹다가 한국 스타트업 제품을 선별해 일본 시장에 소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 대표와 나의 생각이 일치한 것이다. 전 대표는 흔쾌히 컴퍼니비 일본 지사장을 맡아줬고 일본 유통망을 뚫어줬다.

 

소프트뱅크와 협업도 하게 됐다. 지난달 소프트뱅크 소속 카미야 IoT 스마트시티팀장이 한국으로 와 스타트업을 만났다. 직접 일대일로 간담회를 하고 일본 진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바이로봇, 이놈들연구소, 링크플로우 등 소프트뱅크를 통해 일본 시장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이 대기 중이다.

 

각 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가.

 

일본은 고령화 탓에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오히려 복지나 근무환경이 좋은 대기업 일자리가 많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창업 지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창업 열풍이 부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한국처럼 적극적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이 없고, ‘오타쿠들의 취미형 창업이 많단다. 그래서 일본 시장이 한국 스타트업을 더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측도 한국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나 기술, 열정을 높게 평가한다. 일본 통신사 KDDI도 마찬가지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통역이 쉽다는 것도 국내 스타트업의 진출장벽을 낮출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대만은 일단 북경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의 테스트베드(Test Bed)가 될 수 있다. 대만에서 유행하면 중국에도 퍼진다. 대만은 스마트시티에 관심이 많다. IoT등 기술 개발도 빠르다. 최근 스타트업과 액셀러레이터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컴퍼니비는 일본과 대만 외에도 베트남, 중국도 유통망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은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인프라가 거의 없다. 인터넷이나 사무실 공간이 열악하다. 사업을 하기 위한 절차도 비교적 어렵다

 

한국 IoT 스타트업 기술의 해외 진출 현황은.

 

일본은 새롭고 신기한 물건을 굉장히 좋아한다. 플러스스타일이라고 소프트뱅크가 가진 온라인 유통망이 있다. 국내 IoT 스타트업의 제품들을 전략적 유통하려고 한다. 일본 온라인 유통망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컴퍼니비 투자를 받은 스마트 메모지 네모닉은 일본에서 매출 5억원 이상 내고 있다. 도쿄 국제기프트쇼에서 대상급인 그랑프리를 받기도 했다.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이다.

 

한국은 글로벌 스타트업을 잘 배출하지 못한다고 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게 있나.

 

우선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등을 통해 현지 반응을 살펴야 한다. 두 번째 물량과 품질을 개발해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더라도 그만큼 물량이 없으면 판매할 수가 없다. 펀딩 잘못했다가 망한 스타트업도 몇 있다. 마지막 단계는 현지 유통 파트너다. 믿을만한 협업사를 찾는게 중요하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스타트업을 육성해본 경험을 가진 유통망을 찾아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책이 급격히 많아졌다. 투자자이자 육성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장 중심 지원 프로그램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정부는 주로 해외 박람회나 데모데이를 개최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현지 유통망에 진출할 수 없다. 또 정부 지원 사업은 성과평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기획서에 적인 목표설정 과제를 실패하면 정부는 일부 지원자금을 환수한다. 스타트업이 달성하기 쉬운 지표를 잡게 되고, 연구계획을 짜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된다. 이런 부분이 시정이 됐으면 좋겠다.

 

올해 컴퍼니비의 계획은.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 수를 20개까지 늘리고, 엔젤투자자를 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좋은 스타트업을 더 찾고 육성하고 싶다. 그동안 투자한 스타트업들끼리 서로 돕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코호트(Cohort) 집단, 컴퍼니비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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