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안락함 강조한 반지하 … 전문가들 “1층 못지않은 효과 누릴 수 있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반지하 빵집 모습 /사진=천경환 기자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반지하방으로 옮긴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반지하방 임대료는 지상층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곰팡이, 습기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했던 반지하방에 개성 있는 음식점, 술집, 옷집 등이 들어서면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연남동 경의선숲길(연트럴파크)은 반지하방의 변신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반지하방을 개조한 카페, 음식점이 골목골목 모여 있는 곳에는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득했다. 태국에서 온 여행객 차티(27·남)씨는 “반지하에도 특색 있는 상점들이 들어선 것이 신기하다”며 “반지하 상권 거리야말로 한국적인 느낌이 강한 곳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찬밥 신세였던 반지하방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반지하방을 낀 다가구주택들이 깔끔하게 리모델링을 하면서 연트럴파크만의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연남동에서 일본 음식점을 개점한 A씨는 “반지하에서 가게를 운영하면 장소가 협조해 손님들이 불편해 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오히려 나만의 아지트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아 더 좋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연트럴파크에서 5년동안 빵집을 운영 했다는 일본인 도미키와(남)씨 역시 반지하가 주는 편안함에 대해 칭찬했다. 그는 “손님들은 1층이나 2층에 올라가는 것보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가게 간판 역시 사람들의 눈높이 또는 눈높이 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눈에도 잘 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아무래도 반지하다 보니 여름에 덥고 습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겨울에는 아늑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더 따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용산구 이태원동, 강남구 신사동 등에서도 반지하방을 리모델링한 개성 있는 가게들이 확대되고 있다. 업주들은 반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주변 공간을 활용하거나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바꾸는 등 반지하방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반지하가 인기를 끌자 상가 임대료도 상승했다. 연남동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해본 결과 연남동에서 반지하와 지상1층 두 상가의 임대료가 같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반지하 12평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50만원이다. 위치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전했다. 지상층보다 저렴한 가격인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연남동 반지하는 일반 반지하가 아니다. 1층, 1.5층과 같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반지하방을 선택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용산구 이태원동, 강남구 신사동 또한 반지하와 지상층과의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이태원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반지하에 상가가 들어오게 되면 1층은 2층이 되고 반지하는 1층이 되기 때문에 월세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지하 상가는 1층 못지않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임대료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반지하상가는 지하상가와 다르게 외부에서도 매장 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1층 상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상권이 활성화된 곳은 소비자가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층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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