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눈’은 높아졌지만 정치 수준은 실망스러워…시민들 ‘피로감’ 호소, ‘변화’ 요구

사람의 본성은 힘든 순간 드러난다고 한다. 소위 잘 나갈 때에는 여유가 있어 본성을 감출 수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민낯’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정치인을 취재할 때마다 이들은 선거 때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시민들의 외면‧무관심,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선거자금 상황, 체력적 한계, 상대의 네거티브 공세 등 다양한 이유를 댄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마무리를 짓곤 했다. 하지만 이는 곧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었다.
 

6‧13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2년차에 들어서며 진행되는 선거로 향후 정국에 큰 의미를 갖는 중요한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어진 19대 대통령선거 등으로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선거이기도 하다. 때문에 제대로 된 투표를 해야 한다며 후보자들의 공약집이나 선거홍보물, 인터넷 자료 등을 꼼꼼히 살핀다는 유권자들이 여느 때보다 많이 눈에 띈다.

이렇듯 유권자의 ‘눈’은 높아졌지만, 후보자들의 수준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각종 루머, 스캔들, 막말 등 네거티브 공방은 선거 막판까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따른 후보자들 간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의 주장대로 ‘후보검증’‧‘진실규명’ 등의 이유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선거에서 그랬듯이 선거가 끝나고 난 후 ‘대승적 차원의 취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선거 양상이 이처럼 지난 선거들과 다르지 않게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물갈이’‧‘정치‧선거 문화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사전투표소에서 기자와 만난 유권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함과 동시에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유권자는 “선거 때만 얼굴 비치고, ‘억지로’ 인사하고, 골목마다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피로하다. 또한 TV나 뉴스기사를 통해 후보자들이 공약이 아니라 ‘물어뜯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선거가 차악(次惡)을 뽑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선거를 할 때마다 괴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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