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F서 2년 만에 한국공동관 운영, 한한령 완화 조짐…과거 비교해 ‘거래가’ 수준 관심

2016년 2월 22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발표회 모습. / 사진=뉴스1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 조짐이 뚜렷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빗장도 풀리는 분위기다. 한류 콘텐츠 수출전선에도 봄이 오고 있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콘텐츠는 산업계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드라마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현지방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사드 빗장이 본격화하기 전의 거래규모가 회복될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중국 상하이서 열리는 ‘2018 상하이 국제TV 페스티벌(STVF)’ TV마켓서 한국공동관이 2년 만에 문을 연다. STVF는 중국 최대 방송영상 콘텐츠 마켓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과 상하이시 주최라는 점도 행사의 무게감을 더한다.

지난해는 한‧중 관계가 경색돼 STVF서 한국공동관이 꾸려지지 않았었다. 중국서 한국드라마 수입 쿼터가 막혀 수출 실적이 부진했던 탓도 컸다. 올해는 KBS, MBC, SBS, EBS, CJ E&M, JTBC 등 국내 주요 방송사가 총출동한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 온라인 사이트에서 한류스타를 앞세운 콘텐츠가 잇달아 등장하기도 했다.

현장서는 중국 측의 약속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3월 3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사드 이슈에 대해 “대통령 관심사항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었다.

눈길을 끌어모으는 수출 상품은 단연 드라마다. 파급력이 여타의 한류콘텐츠보다 돋보이기 때문이다. 김아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연구원은 “4월에 내놓은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에서 최근 변화하는 흐름과 관련해 주목해볼만한 지표가 있었다”면서 “중국에서 접촉기회가 높은 한류콘텐츠 1위가 ‘패션/뷰티(85%)’라는 것과 향후 참여하고 싶은 한국 관련 활동 1위가 ‘한국 음식 시식회’(42.4%)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김 연구원은 “즉 과거에는 한국드라마 시청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작품에 등장하는 라이프스타일(뷰티, 음식)을 체험해보려 하는 적극적 수용행태가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드라마가 더 적극적인 매개 고리 역할을 하면서 엔터산업에서 관광, 유통에 이르기까지 산업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한류시장을 위해서라도 드라마의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번 STVF에도 ‘무법변호사’, ‘미스 함무라비’, ‘너도 인간이니’, ‘이리와 안아줘’, ‘훈남정음’, ‘리치맨’ 등 최근 방송가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가 출품된다. 다만 이번 행사서 많은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 CCTV와 SMG(상하이 미디어그룹) 등 주요 바이어들이 참가하지만 광전총국 심의문제가 걸려있어 당장 현지 방영이 쉽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업계서는 늦어도 내년 초에 현지 방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현지시장에 밝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십 수 년 간 통계를 보면 광전총국이 (언어장벽이 없는) 홍콩과 대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심의허가를 내주는 나라가 한국”이라면서 “최근 규제 이슈가 커지긴 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쿼터를 충분히 제공해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이슈만 아니라면 국내업계에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는 이야기다.

올 하반기부터 중국시장서 소구력이 높은 작품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시장서는 내달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국서 흥행열풍을 일으킨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이 최근 돋보이는 주가상승에 힘입어 시가총액 3조원대에 안착한 배경도 ‘중국향 수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수출시장이 다시 열릴 조짐이 보이자 업계가 주목하는 지표는 거래규모다. 사드 빗장이 생기기 전 거래규모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로부터 ‘한중 동시방영’을 조건으로 회당 25만 달러의 판권료를 받았었다. 이 작품의 회당 제작비가 8억원 안팎이었던 걸 고려하면 3분의 1 가까이를 미리 확보한 셈이다.

이렇게 키운 제작비는 대형 세트제작이나 해외 로케이션, CG 등에 투입돼 드라마의 볼거리를 키우는 실탄이 됐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제작시장 생태계도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송사나 제작사들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자본 투자를 통한 제작비 회수다. 규제이슈가 있어도 중국시장을 계속 노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면서 “이 시장이 언제 다시 터질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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