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 나진 연결 철도 등 교통망 보수…러시아, 아태지역 중심 신동방정책 제시

남과 북 정상들이 지난 4월 27일 합의해 내놓은 판문점 선언에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 북한의 철도시설을 개보수하고 남북 철도를 연결하기위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한반도는 동북아 지역 내에서 경제 교류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상생시대가 동북아 지역, 나아가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는 셈이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특히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교통·물류·에너지 수송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해 동북3성(중국 북동부, 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으로 연결된 고속철도를 중심으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제시하며 에너지·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한반도와의 경제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 중국 훈춘-북한 나진 간 도로·철도 개보수로 물류 통로 구축

“한국이 남북철도 건설을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서울-평양-베이징을 잇는 철도가 개통되면 남북한 경제가 발전하는 동시에 동북아 교류도 확대될 것이다. 주변국들은 북한 경제발전에 협력하면서 북한 시장을 놓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이는 각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장후이즈(張慧智) 지린대학교 동북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7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이와 같이 말했다.  이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경협의 청사진이 발표된 후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북한과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사업 검토를 약속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국은 북·중·러 접경 삼각지대의 중국 지린성 연변자치구 훈춘시와 중·러접경 통상도시인 헤이룽장성 둥닝(东宁)을 잇는 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훈춘-둥닝 철도가 예정대로 2022년 완공되면 북·중·러​ 변경(邊境)을 연결하는 물류 통로가 구축돼 이들 3개국의 동북아 교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훈춘-둥닝 철도공사는 총 연장 209.5㎞이며 111억5000만위안(한화 약 1조 8296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철도가 완공되면 지린성의 두만강 유역 경제벨트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 개방선도구’와 헤이룽장성의 ‘하얼빈-무단장-쑤이펀허-둥닝 대외무역가공구’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망이 구축된다.

이 교통망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에서 동북3성과 러시아를 잇는 거점일 뿐 아니라, 훈춘을 통해 북한 나선경제특구로 연결돼 북·중·러​ 의 동북아 물류통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은 1990년대 초 부터 두만강지역개발사업(TRADP)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북·중·러 변경 경제 협력 사업을 진행하며 북한과 ‘육로·항만·구역 일체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북한과의 협력사업인 ‘육로·항만·구역 일체화’는 중국 훈춘의 췌엔허(圈河·북한과 연결된 다리)와 북한 나진 간 도로·철도를 개보수하고 나진항 배후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훈춘과 나진 간 경제협력지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철도·도로망 연결은 한반도 차원의 연결에만 그치지 않는다. 분단으로 인해 섬처럼 갇혀 있던 남한이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로 회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과 끝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북·중 국경 지역에 한해 수입 금지 품목인 수산물 거래 등을 늘리면서 대북 체재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관계 개선을 연출하면서 세관, 입국 심사 등에서도 엄격한 규제 분위기를 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훈춘 중심으로 북한 나진 간 도로, 철도를 개보수하고 북한 나진항과 항만의 현대화를 통해 동해로의 물류 거래, 통로 확보 등의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아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유시용 중앙대학교대학원 동북아학과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숙련된 저임금 인력, 유통비용 절감으로 교통·철도 등을 통해 수출확대가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아직 위험을 갖고 있으며 대북 제재 등 법적 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러시아, 아·태지역과 에너지·자원분야 협력…‘신동방정책’ 제시

마빈(马斌) 복단대학교(중국·复旦大学) 국제연구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특히 최근 2년 사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 양국은 정치와 외교 분야의 지속적인 접근, 무역과 투자 분야의 부단한 개선 그리고 안보와 군사 분야에서 새롭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중국과세계(中国与世界) 서적을 통해 “러시아가 극동 개발로 동북아시아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대북 정책을 조정해 동북아와 새로운 관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외 정책과제로 국가적 정체성을 ‘유로-태평양국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극동러시아 지역과 인접한 아·태지역으로 적극 진출하겠다는 뜻을 보이며 ‘신동방정책’을 제시했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크게 에너지·자원 분야, 교통·물류 분야, 산업협력 분야 등으로 구분된다. 동북아 에너지 시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중국·일본 등 에너지 수입국과 유일한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의 ‘공급독점과 경쟁적 수요과점’ 구조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 파이프라인 구상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러시아는 특히 에너지 자원 협력을 통해 극동지역에서 에너지 자원의 공동개발 및 아시아 국가에 대한 판매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러시아는 아시아를 유럽과 연결하는 지정학적 강점을 활용해 교통·물류 협력과 관련된 사업들을 우선적으로 추진 및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용 중앙대학교대학원 동북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교통 인프라 구축 보다 동북아 간 물류 교류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자원외교를 통해 가스나 전기를 수출해 판매하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한·러 양국 정부는 지난 7일 가스, 철도 등 9개 분야의 경제협력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이 제안한 ‘9개 다리(9-Bridges)’ 협력사업을 구체화하고 종합적인 극동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9개 다리는 가스·철도·항만·전력·북극 항로·조선·산업단지·농업·수산업 등 9개 분야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협력하는 구상이다. 또 한·러 정부는 양국 철도공사 협력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러시아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기위한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계된 복합 물류기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연결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복합운송 인프라가 조성되면 러시아는 극동지역 물류운송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북한이 참여해야 끊어졌던 한반도 철도가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되며 러시아의 파이프 가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대륙과 한반도의 전력계통이 연계돼 효율적인 전력 생산과 소비가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국제적으로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러 3국 간 공동 번영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남북관계 개선 시 동북아 주변국과 협력해 ‘한반도 철도’ 운영해야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물류·철도 경제협력 방면을 강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한반도를 관통하는 철도 운영’이라고 꼽고 있다. 남북관계가 회복되면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해 물류비용과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남북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한반도 종단철도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남북관계의 협력국면이 지속되면 남한은 북한지역의 항만시설 이용뿐만 아니라 제조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택지개발 등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 협력이 성사되면 자국의 일대일로, 신동방정책과 맞물려 남북 간 철도사업으로 교통인프라가 연결될 전망이다.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보자면, 현재 일본에서 남북한,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동유럽까지 가는 도로망 계획인 ‘아시안 하이웨이’가 있다. 다만 도로를 이용해 유럽까지 물류 운송이 어렵고, 항만을 이용한 운송도 철도보다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철도사업은 동북아 간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으로 판단된다.

이동명 중앙대학교대학원 동북아학과 교수는 “한국은 러시아 자루비노항을 중심으로 현재 국내 대표적인 항구를 통해 항만배후단지 개발이 가능한 상태”라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중-러 세관 통관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자루비노항을 확장개발하기 위해 수립한 계획을 살펴보면, 2020년 자루비노항 화물처리능력과 항만시설 규모, 개발부지 확보면적과 상근인구 고용 등 모든 항목에서 항만배후단지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이동명 교수는 “중국 훈춘시는 이미 북한의 나진항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자루비노항과 연결이 되면 중국은 동북아 최대 드라이포트(Dry Port)로 성장할 수 있는 지역이다”며 “한국은 앞으로 현재 훈춘시에 개발되고 있는 산업·물류시설 단지를 중심으로 환적과 컨테이너 유지 보수, 물류보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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