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단 “BH와 우호관계 위해 협력”→비공개 문건 “국정장악 공백을 돌파 전략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성완종 리스트’ 사태로 불거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장악력을 저하 상황을 법원행정처의 현안 해결을 위한 돌파 전략으로 구상한 것으로 추가로 확인됐다.

앞서 특조단은 지난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관계유지를 위해 ‘협력’했다는 식으로 발표했으나, 오히려 ‘전략’까지 세워 정치적 상황을 현안 거래에 적극 이용하려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5일 안철상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특조단·단장 안 처장) 조사결과 발표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문건 일부를 추가 공개했다.

이 가운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2015년 4월 12일 작성한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이 사건이 당분간 박근혜 정부의 국정 장악력 및 추진 동력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고 이러한 공백을 현안 추진에 이용해야 한다”라는 전략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안의 처리 지연 배경에 청와대와 법무부의 반대 기류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의 국정장악력 상실로 인한 ‘공백’ 상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법사위원들을 개별 설득하는 동시에 향후 권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큰 김무성·유승민 국회의원에게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 자료=법원행정처


‘공략포인트1’에는 국정장악력 상실로 인한 진공상태를 이용해 상고법원 추진안에 적극 찬성인 의원들을 이용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의원들의 묵인으로 법안 통과를 시도하는 전략이 담겼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당시 다수당이었던 여당(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는 친박계라면서, 리스트 의혹에서 자유로운 김무성 당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향후 권력이 이동할 것으로 봤다. 법원은 김무성 대표가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추구하고, 이에 자부심을 갖는 스타일 이라면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해당 내용들이 특조단의 조사결과에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내용 들이라는 점이다.

앞서 특조단은 지난 25일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성완종리스트와 관련 부분에 위 두 전략 부분을 ‘(중략)’으로 비공개했다. 그리곤 “BH 및 입법부 협조 및 우호관계 유지를 위해 기소 전까지는 적절한 영장 발부 외에는 다른 협력 방안이 없다고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설명했다.

특조단의 발표는 법원행정처가 행정부와 적정한 스탠스를 유지하려 노력했다라는 것이지만, 실제는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약점으로 잡고 현안거래에 적극 활용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 자료=법원행정처


한편 성완종리스트에 오른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 8명 모두 형사처벌을 피했다.

앞서 성 전 회장은 2015년 4월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사망한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부산시장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라고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당시 성완종리스트를 검찰에 고발한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시장을 서병수 현 시장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7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리스트에 거명된 인물 중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만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6명은 사법처리 않기로 했다.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전 비서실장,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김 전 실장의 경우 2006년 9월, 롯데호텔 헬스클럽, 10만 달러 등 날짜와 장소 금액까지 특정됐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2억원 수수 혐의를 받았던 김근식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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