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별기획-남북상생시대]⑤ [대담] “대화와 소통이 한반도 평화 첫걸음”
[창간특별기획-남북상생시대]⑤ [대담] “대화와 소통이 한반도 평화 첫걸음”
  • 독일 베를린=김성진 기자(star@sisajournal-e.com)
  • 승인 2018.06.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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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쉭 獨 연방재무부 전 차관이 바라본 남과 북…“경제협력과 비핵화 해결 노력 함께 가야”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구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그의 발표를 듣고 비웃기도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2월 평창올림픽 전에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났을 때도 나는 그가 남북관계 개선에 확신에 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남북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르트무트 코쉭 독일 연방재무부 전 차관(60)은 독일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손꼽힌다. 연방의회 7선 의원 출신이기도 한 코쉭 전 차관은 의원 시절 독일통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한 한국인 청년이 한반도 분단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남한과 북한을 넘나들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왔다고 한다. 

 

코쉭 전 차관은 현재 한독통일자문위원회 독일 측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정상회담 자리에도 참석했다.

 

518(현지 시간) 오전 10시 베를린 시내 중심가 한 호텔 로비에서 그를 만났다. 독일과 한반도를 객관적 시선으로 관찰해 온 코쉭 전 차관은 남북한 긴장관계 해소를 위해 양 국민이 먼저 정서적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18일(현지 시간)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하르트무트 코쉭 독일 연방재무부 전 차관. / 사진=김성진 시사저널e 기자

분단 시절에도 동·서독은 항상 서로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서독 인프라 연결이 어떤 역할을 했나?

 

1972년 기본조약(Grundlagenvertrag)을 계기로 동서독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서독은 기본조약을 체결하며 교통경제문화뿐 아니라 양 국민들의 정서적 교류까지 깊이 고민했다. 경제정치적 교류도 중요하지만 남북한 주민들 간에 깊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남북한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주요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양국 주민이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한 주민들의 만남은 이산가족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만남과 교류가 추진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서로의 학교를 방문하거나, 편지를 쓰고 전화를 하는 등 교류를 위한 교류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활발하게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한은 과거 독일 분단시절과 달리 민간적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연 자연스런 교류와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북한) 개성을 두 번 방문했는데 사람들이 어떠한 마찰도 없이 자연스레 융화되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남한의 사업자들과 북한의 근로자들이 함께 스스럼없이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경제협력만 따로 떼놓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협력이 곧 문화교류이며, 이것이 남북한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서독 경제 협력은 서독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서로 상생하는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독일 분단 시절) 상당수 서독 기업들이 동독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동독 주민들을 채용해 부품을 생산했다. 당시 동독의 노동력이 서독에 비해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서독 기업들로서는 원가 절감을 통해 높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의 개성공단은 이를 집중적으로 발전시킨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 분단시절엔 개성공단처럼 산업 특별지역이 만들어진 적은 없다.

 

서독이 동독을 경제적으로 강력히 지원했다. 당시 서독에서 반발은 없었나?

 

서독에서는 동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동독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동독의 공산주의 체제만 굳건히 할 것이라는 주장이 항상 대립했다. 지원을 하느냐, 마느냐는 주된 논점이 아니었다. 다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 동독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다.

 

당시 서독사람들이 걱정했던 동독의 체제 견고화는 현재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남북한이 서로 가까워지는 게 중요하단 거다. ‘남북한 소통한반도 비핵화는 서로 떼어놓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말한 것처럼 서로 가까워지고, 협력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발걸음이다. 곧 북미회담이 열린다면 아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다.

 

독일 분단 시절 주변의 모든 나라가 독일 통일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 역시 모든 주변국들이 한반도 평화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시선도 있다.

 

동독과 서독이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함으로써 유럽 전체에 도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독 기업뿐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그로부터 이득을 봤다. 한국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현재 유럽연합(EU)FTA를 맺고 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된 상품들이 관세 없이 여러 나라에 수출된다고 생각해 봐라. 세계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북한에 투자할 것이다

 

이처럼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독일 분단 시절에도 모든 나라들이 독일 통일을 지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통일 직전에는 반대하는 나라가 한 나라도 없었다. 한국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업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 통일 이후 과거 동독과 서독 지역 경제 불균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오늘날 동서독 간 경제 불균형이 말끔히 해소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일 내 지역별 경제격차는 이제 더 이상 동서 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드레스덴, 라이프찌히처럼 예전 동독 도시들이 서독 도시들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한 도시들도 있는 반면, 서독에서도 동독 도시들보다 못 사는 지역도 있다. 동독과 서독을 불문하고 낙후된 지역들에 우선적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독일 베를린=김성진 기자
독일 베를린=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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