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인 미봉책 아닌 장기적인 투자와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딥웹(Deep Web), 또는 다크웹(Dark web)은 자살사이트 소개, 아동음란물 유통 등 불법적인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각종 범죄의 근원지다. 일반적인 검색엔진이나 웹브라우저로 접근할 수 없는 특정 부류의 웹사이트다. 하지만 이제는 딥웹과 다크웹에서만 볼 법한 유해콘텐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다.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몰라도 된다.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회할 필요도 없다. 초등학생 정도의 검색실력만 가지고 있다면, 아니 SNS 검색창에 ‘자살’ 또는 ‘음란’이라는 키워드만 입력할 수 있다면 하루 종일 봐도 끝이 없는 유해 콘텐츠들이 범람할 것이다. 소통의 창구로 활용돼야 할 SNS가 유해정보를 공유하고 불법사이트와 연결시켜주는 브로커로 전락하고 있다.

수법은 더 엽기적이고 대담해졌다. 출처 모르는 낙태약이나 발기부전제 같은 불법의약품을 정품이라 속이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부터 오래 입어 체취가 많이 날수록 가격이 높아진다는 ‘입던 속옷’ 거래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언뜻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시물 또한 적나라하게 공개된다. SNS에 ‘자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손바닥이 피로 덮인 사진, 날카로운 것으로 신체에 상해를 입혀 상처부분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사진 등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온라인 공간에서 떠도는 자살관련 유해정보 1만2108건 중 가운데 SNS가 32.4%(3928건)로 가장 많은 양의 유해정보를 유통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커뮤니티가 32.3%(3911건), 포털사이트 22.4%(2717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SNS가 불법·유해 콘텐츠 유통하는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별다른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불법·유해 게시물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SNS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으면 “유해 게시물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용자의 신고가 있을 경우에는 모니터링 후 삭제 조치한다” 등의 기계적인 답변 밖에 얻을 수 없다.

한 SNS 관계자는 “SNS에 자살 관련 글을 올리면서 위로를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살·자해 등을 단순히 금지어로 지정해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유해콘텐츠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SNS기업의 태도로서는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인공지능(AI)칩, 영상의 특정 신체부위 탐지 및 피부색(피부색, 빨강색)을 분석해 불법 음란 정보를 탐지하는 기술 등 유해성·불법성 콘텐츠를 막기 위한 기술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비례해 불법적인 콘텐츠를 유통하는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 질 것으로 보인다.

불법·유해 콘텐츠를 차단 또는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건전한 SNS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사용자의 건강한 마인드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려면,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와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SNS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선도할 수 있는 교육, 문화, 방송계에서 심도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컨텐츠가 아니라, 생명과 삶에 대한 깊은 존중과 도덕성에 기반을 둔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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