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기능보다 사용자 경험에 초점 맞춰야

직장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사업을 꿈꾼다. 나만의 예쁜 카페를 운영한다거나, 멋진 사업 아이템을 통한 성공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사업을 기획해야 한다. 어디에 입지를 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 차별화할 것인지 등, 충분한 사전 준비 후에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지, 어떤 팀원들과 일할지, 차별점은 무엇인지.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사업기획서를 만들어 공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중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

 

블록체인 사업의 사업기획서를 백서(White Paper)’라고 하며, 대중으로부터 투자금을 모금하는 것을 ICO(Initial Coin Offering)라고 한다. 백서 공개 후 ICO를 통한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과정은 이제 블록체인 비즈니스 분야에서 사실상 표준화(De Facto Standard) 되고 있다.

 

ICO를 진행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기술력은 어느 정도 인지, 시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이 매력적인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투자자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최근의 ICO시장을 보면 블록체인그 자체가 제품이 된 것 같다. 대부분의 백서들의 내용은 블록체인을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해 화폐를 발행하고,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이 위에서 운영되는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많이 알려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 지속 가능성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이다.

 

문제는 블록체인 생태계 설계의 완결성제품과 서비스 자체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이다. 많은 유저를 확보하려면 결국 제품과 서비스가 좋고 사용하기 편리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백서에서 중요하지 않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서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경제 생태계의 운영방식과 암호화폐에 대한 내용은 중요하지만, 이는 하나의 경제모델에 대한 제안일뿐, 사업 자체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안성, 투명성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이나 암호화폐의 사용처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제품,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경험일 것이다.

 

투명성, 보안성을 갖추고 참여자들의 기여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줄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은 실질적인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서비스와 편리함을 통해 고객이 얻게 되는 가치이다. 블록체인 사업의 수단일 뿐 본질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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