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외모, 256마력의 강력한 동력성능…정숙성·승차감도 만족, 각종 ADAS는 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주행. / 사진=혼다코리아
스포츠 세단의 정체성은 다소 애매하다. 도심용 세단에 비해 주행 성능은 높지만, 스포츠카와 달리 태생부터 달리기 선수로 개발된 모델이 아닌 탓이다. 일반 세단과 스포츠카의 경계, 양측 차종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면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차종에 그칠 수 있다.  


스포츠 세단의 애매한 정의를 두고, 어코드는 명민한 대답을 내놨다. 6년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돼 돌아온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는 거친 달리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주행감을 갖춰 ‘달리는 즐거움​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형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시승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양평 현대 블룸비스타를 시작점으로 경기도 이천의 테이크 그린 카페까지 국도와 고속도로를 포함한 약 45km 편도 구간에서 이뤄졌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전측면. / 사진=윤시지 기자


10세대 어코드는 외관부터 속도감을 담아냈다. 전면에 적용된 솔리드 윙 그릴과 매끈한 보닛이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옆으로 길게 찢어진 LED 헤드램프의 눈매도 강렬함을 더했다. 측면부 옆선은 날렵하게 속도감을 강조했고, 전반적으로 낮은 차체가 단단한 안정감을 더했다.

 

저중심 설계에 기반해 기존 모델에 비해 전고는 낮아지고 휠베이스(축거)는 늘렸다. 앞코는 길고 꽁무니는 짧은 패스트백 디자인도 속도감을 강조하는 요소다. 19인치 스포츠 알로이 휠을 감싸안 듯 하단에 장식된 크롬 라인도 눈길을 끈다.

차문을 열고 들어서면 금속성 자재로 마감한 대시보드가 도회적 인상을 자아낸다. 넓은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눈에 띈다. 전 세대 어코드의 젊은 느낌을 계승하는 동시에 최신 차종에 뒤지지 않는 트렌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혼다 측 설명이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실내. / 사진=윤시지 기자

시동을 걸고 도로에 들어서자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했다. 주행 모드는 일반, 에코, 스포츠 3가지로 중앙 콘솔의 버튼을 통해 선택할 수 있다. 어코드가 자부하는 속도감을 체감하기 위해 고속도로에 진입해 스포츠 모드로 설정을 변경했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에 탑재된 2.0ℓ 직분사 브이텍 터보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최고출력 256마력, 최대토크 37.7kg·m의 강력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고속도로의 직선 주행로에 들어서 가속 페달을 한껏 밟자 터보 엔진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볼륨이 한층 커진 배기음에 절로 기대가 높아졌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계기판 위로 최고속도를 향해 시시각각 치솟는 수치와 달리 ‘이게 최고 속도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착좌감은 일품이었다. 관성으로 젖혀진 몸을 메모리 시트가 안정적으로 잡아준 탓이다. 

 

거친 달리기와 달리 차 내부는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잔잔한 진동만 시트를 타고 온몸에 기분 좋게 퍼졌다.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아 최고속도로 터널을 달릴 때도 보조석에 앉은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 지장이 없었다.


변속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혼다가 독자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는 저속부터 지속적으로 개입하며 변속 충격을 줄여 부드러운 주행을 지원했다. 코너를 돌 땐 낮은 무게 중심이 지면을 움켜쥐듯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운전을 보조하는 반자율주행 기술도 유용했다. 스포츠 모델에만 적용된 혼다 센싱 시스템은 전면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을 인지해 시시각각 운전을 보조한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장치, 저속추종장치,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차선 이탈경감시스템(RDM) 등이 탑재돼 달리는 즐거움은 높이는 동시에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했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측면. / 사진=윤시지 기자

인상적인 주행 성능에 사소한 불편 사항은 눈 감아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이 차는 차선을 바꿀 때 후방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해 알리는 도어 미러의 보조 장치가 없다. 또 평면 도어 미러인 까닭에 입체 도어 미러에 비해 측, 후방을 모두 담지 못해 사각지역이 다소 발생했다. 볼록한 입체 도어미러에 익숙한 운전자들이 당황할 수 있는 요소다. 

대신 어코드엔 차선 변경을 하거나 우회전을 할 때, 측, 후방을 확인할 수 있는 레인와치 시스템이 탑재됐다. 운전자가 오른쪽 차선 변경 및 우회전을 위해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 디스플레이 화면이 ​우측, 후방 상황 카메라로 자동 전환됐다. 조수석 측 도어 미러에 장착된 카메라가 우측, 후방 사각지역을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전송했다. 물론 이로 인해 오른쪽 깜빡이를 켰을 땐 네비게이션 화면을 확인할 수 없다. 운전하는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주행성능을 앞세워 혼다는 올해 어코드 판매를 이어갈 전망이다. 쟁쟁한 스포츠 세단을 앞세운 수입차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을지 관심도 모인다.​ 닛산 알티마, 렉서스 LS500h 등 일본 수입차를 비롯해, 스포츠 세단 제품으로 입지가 넓은 BMW M 스포츠 패키지 등으로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한 까닭이다. 올 하반기 어코드가 스포츠 세단으로서 저력을 발휘하며 시장 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의 가격은 4290만원이며 1.5 터보 3640만원, 하이브리드 EX-L 4240만원, 하이브리드 투어링 45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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