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기부 장관 “대기업, 납품단가 인하‧기술탈취 관행 근절해야”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상생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위한 간담회'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현영 기자

국내에서도 대‧중소기업 간 자원과 기술을 공유하는 ‘개방형 혁신’이 이루어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개방형 혁신을 위한 정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중기부는 개방형 혁신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고, 대기업에 협조와 투자를 요청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기업 대표들과 ‘상생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개방형 혁신에 대한 대기업들의 협조를 도모하고, 혁신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여승동 현대자동차 사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이재호 CJ제일제당 사장 등 13개 대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홍 장관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혁신과 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창업기업이 잘 어우러질 때 나타난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등 잘못된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는 데에 대기업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대기업 대표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중기부는 그동안 납품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 개방형 혁신을 해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수립해 왔다. 중기부는 지난 24일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와 원가정보 요구를 막기 위해 상생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기술 특허 소송의 입증 책임을 대기업에도 묻는 방안,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홍 장관은 대기업 대표들에게 “중소기업이 발전하지 못하면 대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관행이 뿌리 뽑힐 수 있도록 협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납품단가를 인하하기 위해 정보를 요구하는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정보를 요구할 때에는 반드시 비밀유지협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기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 활동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내벤처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중기부는 같은날 현대자동차, 휴맥스 등 22개사를 ‘사내벤처 육성사업’ 운영기업으로 선정하고 올해 2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기업이 사내벤처팀을 발굴하면, 정부가 연계해 사내벤처팀의 사업화와 분사 창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기부 측은 새롭게 시작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계기로 개방형 혁신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사내벤처를 적극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사내벤처 투자, 창업펀드 조성 등 중소기업과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투자에 힘쓰기를 대기업 대표들께 부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개방형 혁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전문가들은 중기부의 개방형 혁신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도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홍 장관이 개방형 혁신을 위한 좋은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이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열린 자세로 함께 혁신을 해야 한다. 대기업은 자원, 인력에 강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다소 보수적이다. 중소기업은 자원은 부족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인수하거나 중소기업과 함께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 개방형 혁신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방형 혁신을 위해선 대기업들이 열린 자세를 취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대기업이 어떤 영역을 혁신하려고 하는지 공개하는 게 우선이라며 중소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스스로 낼 수 있도록 정부가 표준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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