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치주의에 직격탄 날린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같은 법조인이지만 검사와 판사는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다. 보통 적극적이고 활동적 성향이 강한 이들이 검사의 길을 가고, 반대로 정적이고 안정감 있는 인물들이 판사의 길을 간다고들 말한다. 이런 성향과 더불어 기본 업무성격 때문에 흔히들 사법부는 검찰에 비해 덜 정치적이라고들 한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한 논란은 이같은 인식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 입맛에 맞게 주요 재판 결과를 조율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판결을 한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재판결과를 놓고 거래를 한 악질적 행위다. 이런 행위를 할 바에야 차라리 눈치보기 판결을 하는 편이 어땠을까 싶다.

재판은 따뜻하진 못할지언정 최소한 법리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수긍하고 애써 결과를 받아들인다. 양승태 사법부의 비상식적인 뒷거래 시도를 접한 사람들이 이제 재판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관련자들만 징계를 받은 후 ‘이제 저희 사법부는 깨끗합니다. 안심하고 재판결과를 받아들이세요’하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양승태 사법부는 사람들이 사법부 결정에 대해 반감을 갖고 들고 일어설 빌미를 제공했다. 앞으로 온갖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사법부 성향이나 뒷거래 정황을 의심할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KTX승무원, 전교조 등 재판당사자들은 당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집회를 열었다. 한마디로 양승태 사법부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법을 우습게 만들었다.

일단 가시적으로 우려스러운 것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재판들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어느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든 분명 뒷말이 나올수밖에 없다. 보나마나 해당 판사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것이고, 그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치부될 공산이 크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까. 결국 부끄러움은 후배 판사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