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관련 유사 이슈에 대한 기업별 다른 해석 및 평가 눈길

삼성 서초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사진=뉴스1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뜻하는 신조어 ’내로남불’이 적용될 만한 상황이 재계에서도 연출되고 있다. 과거 삼성이 비판을 받았던 경영 행보를 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삼성보다 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엘리엇의 신경전을 보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연상된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지배구조개편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현대차가 내놓은 모비스 합병안이 주주들에게 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은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도 연결된다. 구체적 내용은 다르지만, 경영권 승계와 연결되는 합병 문제에 대해 앨리엇이 반대하는 상황은 삼성합병 이슈와 유사하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번 이슈와 관련, 응원을 받지도 않지만 과거 삼성처럼 비난도 받지 않고 있다. 그저 한 행동주의 펀드와 정의선 부회장 간 힘겨루기 정도로 조명되는 수준이다.

구본무 LG회장 별세 후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자연스럽게 후계자로 부각되고 있다. 장자가 승계를 하는 LG그룹의 전통에 따라 구 상무가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받게 된다는 분석이다. (주)LG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는 그가 구본무 회장 지분 11.28%를 상속받으면 1대 주주가 되지만 상속세가 1조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흥미로운 것은 구광모 상무가 경영권 승계자로 확실하게 부각되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현안 및 작업이 존재하는지 자체를 놓고 법정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물론 아직 LG그룹의 승계작업은 진행형이지만 분명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경영권 승계이슈 자체 보다는 각 기업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오는 현상으로 보인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벌에 대한 비판의식에 비해 경영권 승계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이라며 “다만 삼성은 1등 기업이라는 점, 승계 과정과 관련한 여러 스캔들이 많았다는 점 등 때문에 더욱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LG그룹이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 논란에서 어느정도 자유롭다는 점도 삼성과 다른 평가를 받는 점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온 대기업들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지주회사 체제를 LG는 이미 15년 전 대한민국 최초로 정립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LG는 2003년 지주회사를 만들고 일찌감치 차근차근 승계과정을 밟아왔고, 편법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덜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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