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정기상여급·복리후생비 최저임금에 포함…노동계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계는 이를 전면 반발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노사정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불참 의사도 밝혀 사회적 대화 기구 가동이 어려워졌다.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관련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의원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이었다. 이 법안은 내년부터 바로 적용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후 처음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달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숙식비, 교통비 등)가 포함된다. 다만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단계적으로 포함한다. 정기상여금은 내년도 최저임금 기준 월급의 25%, 복리후생비는 7%를 초과하는 금액만 포함한다. 

 

이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저임금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연차별로 그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4년부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급과 복리후생비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한다.

개정안은 또 1개월을 넘는 주기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최저임금에 산입시킬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도 포함했다. 사업주가 상여금을 총액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는 경우 과반수 근로자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면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에 사업주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지 않아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개악이라며 전면 반대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총파업에 나섰다. 8년 만에 재개된 노사정 대화의 파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위원회를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최저임금위를 통한 2019년 최저임금안 확정도 불확실해졌다. 내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다음달 28일이다.

한국노총은 “기본급은 손도 안대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갖다 붙여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재벌 대기업 편들기이며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노총 출신 최저임금위원 전원은 최저임금위원에서 사퇴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모든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며 “정부 여당의 후속조치 여부에 따라 일자리위원회 등 각종 노정교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 전반에 대한 불참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개악저지 민주노총 수도권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하며 이날 오후 3시부터 전국 거점 도시에서 총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최저임금법 개악을 강행할 경우 사회적 대화기구 불참에 이어 노정관계 파탄 등 대정부 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키는 법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해 양극화를 더 확대한다”며 “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동자 동의를 얻지 않고 단순의견 청취로 개악해도 된다고 했다. 상여금 쪼개기가 언제든지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를 반겼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기업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아쉬운 것은 노조가 있는 기업의 경우 여전히 노조 동의 없이는 정기상여금 지급방식을 변경할 수 없다. 이에 산입범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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