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 10년전보다 늘었지만…일‧가정 양립 어렵고 투자 유치 차별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자료=한국여성경제인협회


#. 국내 IT스타트업 공동창업가 김아무개씨(36)는 지난해 중요한 회사 프로젝트때 참여할 수 없었다.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시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임신한 대표가 자주 회사에 나오자 팀원들도 불편한 기색을 보여 쉴 수밖에 없었다밤샘이 필수인 IT업계에서는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눈치를 보게 된다. 팀워크가 중시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더 그렇다고 토로했다.

 

국내 여성창업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성기업 지원을 대폭 늘리고 전용 모태펀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여성창업가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보이지 않은 유리천장이 가로막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성창업가를 울리는 것은 또 다른 창업문화. 여성창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여성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재작년 여성기업 수는 140만개를 웃돌았다. 2007111만개에 비해 38만개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2012130만개를 넘은 이후, 여성기업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기업 대비 여성기업의 수도 꾸준히 38~3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창업가들은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출산과 육아다. 임신한 창업가들은 자연스럽게 적극적으로 업무에서 배제된다. 다 정해진 내용을 결정하는 마지막 절차만 담당해야 한다. 밤낮으로 일해야 하는 신생 스타트업 특성상 전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동시에 담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일반 남성기업인 대비 여성기업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부분으로는 가족 양립 부담이라고 답한 여성창업가가 가장 많았다. 100점 평균으로 치면 48.1점이었다. 25.1%불리함을 느낀다고 답한 셈이다. 이밖에도 여성창업가들은 남성 중심의 비즈니스 관행에 적응 곤란’,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 운영으로 여성의 참여 제한등을 불리한 부분이라고 꼽았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5년차 대표 최아무개씨(32)씨는 아이는 유치원 종일반에 맡기고 할머니 손이 키우고 있다. 남편도 IT개발자라 야근이 많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워킹맘도 힘들지만 창업가맘은 더 힘들다. 회사경영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여성기업가 진아무개씨(28)씨는 불과 두 달전 여성창업인을 대상으로 마케팅 교육을 하는 세미나에 갔다. 그곳에서 한 전문가가 여성창업가들은 결국 가족 때문에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그만둔다는 식으로 말했다라며 이미 여성창업가들이 가족을 더 우선시할거라는 가정을 하고 말하더라. 불쾌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원사업과정에서 여성기업이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평가위원 중 여성위원을 30%이상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사업 관리지침에 여성차별 금지를 명시할 예정이다. 900억원 규모 여성기업 전용 벤처펀드와 초기 여성창업가 전용 프로그램, 여성기업 전용 특별보증 사업도 신설됐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여성창업가를 키울 토양을 준비하는 동시에 창업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 문화는 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남성 창업가 위주로 구성됐다. 이는 여성 창업가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정부에서 처우개선에 나섰다지만 이런 창업문화가 있는 한 여성창업가를 억누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에서도 단계적으로 인프라 마련을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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