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고발 잇따르지만 檢 “지켜보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직권남용 의혹을 조사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 처장)의 조사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조단의 한계가 여실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형사고발까지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4일과 지난 24일 특조단의 두 차례 질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특조단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지난 2015년 8월 청와대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어떤 대화 등을 나눴는지 질문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회신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졌지만, 정작 핵심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특조단은 강제수사 권한이 없었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후 조사단은 지난 25일 보고서를 통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뒷조사 파일이 존재하고, 대법원이 박근혜 정권에 협조하면서 이권거래를 고려한 정황이 발견됐지만 뚜렷한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형사상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법조계 안팎에서 특조단이 ‘셀프조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김명수 대법원은 대국민사과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일로 인해 국민여러분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면서 “조사단에서 최종적으로 제출하게 돼있는 개인별 정리 보고서를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단의 조사결과와 의견에 관해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도 언론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면서 “그와 같은 의견 및 다른 의견까지 모두 모아서 합당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검찰에 수사를 맡길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결론을 여기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방금 말씀하신 그런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겠다”며 검찰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향후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 기타 의견에 관해서는 따로 말씀을 드릴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대법원의 입장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에 접수된 고발은 현재 7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특조단을 꾸려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검찰이 구체적 수사를 진행한 건 없다”면서 “특조단 보고서 검토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대법원장도 입장을 낸다고 했으니 그것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특조단 보고서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내 이견을 가진 판사들 모임을 해체시키기 위해 공작을 꾸미거나, 특정 판사에 대한 사찰 문서를 작성했다.

 

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효력정지 사건,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사건, 긴급조치 손해배상 판결 등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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