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여전한 인기지만 매출 비중 너무 높아, 시장정체 부담…콘텐츠에 자율주행차까지 눈독

애플스토어 '애플가로수길'에 아이폰이 진열된 모습. / 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 산업이 정체돼 있다는 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이 더 고민스러운 건 아무래도 삼성보다는 애플이다. 아이폰이 전체 매출서 62% 웃도는 비중을 보이면서 절대적 크기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삼성은 전체 영업이익서 반도체 비중이 74%에 달한다. 두 기업이 처한 사정이 사뭇 다르다는 이야기다.

애플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서 압도적 수익성을 갖추고 있는 건 이쯤 되면 양날의 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 제품이 전체 스마트폰 영업이익서 차지하는 비율은 86%에 육박했다. 애플 아이폰의 ASP(평균판매단가)는 797달러로 직전 해보다 15%나 상승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특히 ‘이머징 마켓’의 상징과도 같던 중국시장이 뒷걸음질 치는 게 뼈아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출하량 기준으로 중국 시장이 지난해 4분기보다 올해 1분기에 21%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일단 아직까지 애플은 중국서 선전하고 있다. 아이폰X(텐)이 고가에도 먹히고 있어서다. 다만 교체를 늦게 할수록 전체 판매량도 조금씩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아이폰 판매만으로 평년 수준 실적을 유지하는 게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거라는 관측을 지탱하는 근거다. 이러다보니 애플은 열심히 ‘딴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이날 넷플릭스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부부는 최근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의 제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게 애플과 무슨 상관일까? 최종까지 넷플릭스와 경합한 기업이 애플과 아마존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콘텐츠 제작 시장서 기지개를 켜려는 모양새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부터 10억 달러의 돈을 써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복안을 공개한 바 있다. 콘텐츠를 ‘포스트 아이폰’의 열쇳말로 삼겠다는 의지다. 콘텐츠가 단지 영상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애플은 지난 3월 디지털 잡지 플랫폼 ‘텍스처’ 인수소식을 공개했다. 베젤리스와 대화면 등 갈수록 몰입도를 키우는 스마트폰을 통해 읽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셈이다.

애플의 ‘딴 생각’은 이게 끝이 아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폭스바겐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은 BMW, 벤츠와도 자율주행차 개발협상을 이어왔지만 결국 결렬에 이른 바 있다. 애플은 폭스바겐 T6 트랜스포터(Transporter) 밴을 통해 애플 직원을 위한 자율주행 셔틀을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애플의 서비스 매출 변화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아직 아이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완연한 상승세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애플 회계기준 2018년 2분기) 애플의 서비스 매출은 92억달러(9조9130억원)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1%가 늘었다. 서비스부문에는 앱스토어와 애플뮤직, 애플페이 등이 포함돼 있다. 향후 콘텐츠와 자율주행 사업성과에 따라 아이폰 매출과 서비스 매출 간 차이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받는 배경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