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기에 제이콘텐트리‧NEW‧스튜디오 드래곤 공히 주목…밸류체인 갖춘 수직계열 구조 덕에 큰 시너지 전망

배우 이준기(왼쪽부터), 서예지, 김진민 감독, 이혜영, 최민수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tvN 새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JTBC에서 방영을 시작한 ‘미스 함무라비’는 각기 상이한 가치관을 지닌 세 판사의 이야기를 그린 법정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이상vs현실’‧‘감성vs이성’ 같은, 어찌 보면 진부할 대로 진부해진 구도를 민사법정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원작자가 현직 부장판사라는 점은 드라마의 현실감을 한 겹 더한다. tvN ‘무법 변호사’는 굳이 따지자면 시청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 드라마다. 법 대신 주먹을 쓰는 무법(無法) 변호사가 절대 권력에 맞선다는 설정이 그간 장르드라마의 관습을 비교적 충실하게 반복하고 있어서다.

‘법’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어느 각도로 보나 서로 다른 두 드라마가 공히 화제다. 각자의 시청 타깃(target)을 명확히 자극하고 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성적표가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주목받는 대상은 방송사였다. 제작사는 영세한 규모 탓에 제작비 상당부분을 방송사로부터 끌어와야 했다. 방송사의 투자 비율은 고스란히 합법적인 권리가 됐다. 이에 더해 방송사는 편성권이라는 무기도 갖고 있었다. 힘의 무게추가 확연하게 방송사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업계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스튜디오가 등장한 결과다. 덕분에 스튜디오가 지적재산권(IP)을 손에 쥔 채 방송사와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판이 열렸다. 아니, 아예 같은 계열 내에 유력한 채널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다보니 콘텐츠 거래업무를 하는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제작사 힘이 강하고 좋은 작가를 먼저 계약해버릴 정도의 능력도 갖췄다. 유명 드라마의 경우 절반 이하의 권리로 지상파 방송사가 참여하는 일이 이젠 부지기수”라며 “사업적 수익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런 고민을 키우게 만드는 기업들이 스튜디오 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 그리고 NEW다. ‘미스 함무라비’는 이중 두 개의 회사와 연결돼 있다. 이 드라마는 국내 메이저 영화투자배급사 NEW가 설립한 ‘스튜디오앤뉴’의 첫 작품이다. 이는 영화에 투자하고 극장 및 부가판권 시장에 유통하는 게 주된 사업영역이던 NEW가 본격적으로 드라마 IP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뜻이다. NEW는 하반기에 2편의 드라마를 추가로 내놓는다.

동시에 이 드라마는 제이콘텐트리와 같은 중앙그룹 계열 JTBC에서 방영된다. 제이콘텐트리는 JTBC 드라마에 대한 IP를 확보하고 있다. JTBC의 드라마 영역이 커질수록 제이콘텐트리와 JTBC콘텐트허브(연결자회사)의 투자와 제작, 유통 부분 생산수익이 늘어나는 사실상의 수직계열화 구조다. ‘미스 함무라비’의 인기로 두 회사가 공히 관심 받는 건 이런 수익 구조 때문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스 함무라비’는 역대 JTBC 월화 드라마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시장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지상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황금시간대를 정조준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제이콘텐트리의 방송사업 부문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3% 성장할 거라고 전망했다. NEW 역시 드라마 수익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올해 안에 최대 20%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두 기업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는 건 CJ E&M이 물적 분할해 설립한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6개월 전 코스닥에 상장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현재 시가 총액 기준 코스닥 10위 업체다. 시장서도 스튜디오 드래곤이 안정적 수익모델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스튜디오 드래곤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늘어난 66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일 거라 관측하고 있다.

16부작인 ‘무법 변호사’가 4회를 마친 시점부터 동시간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대형호재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됐던 전작 ‘나의 아저씨’도 최종 시청률 7.4%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었다. 토‧일요일 9시라는 황금시간대서 지상파 못지 않은 경쟁력을 연이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실적을 더 키우는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획부터 자금조달, 제작, 판매까지 수직계열화 프로세스를 내재화시켜 IP를 소유하고 있다”면서 “제작 경쟁력을 기반한 평균 시청률 상승, 주력 단일 콘텐츠 수익률 또한 상승추세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7월 중 올해 최대 화제작 ‘미스터 선샤인’을 내놓는다.

제이콘텐트리와 스튜디오 드래곤의 성장세가 절묘하게 닮아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른 제작사보다 큰 자본력을 등에 업고 IP를 갖춘 채 같은 계열사의 방송채널로 편성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밸류체인(value chain)은 앞으로도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성장 발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민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영상학 박사)은 “이들 스튜디오들은 드라마에서도 영화적 기법을 익숙하게 사용하는데,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해외 드라마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주된 시청층으로 자리 잡은 점과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tvN과 JTBC는 주 시청층에 대한 파악을 정확하 하고 있는 채널인데, 제작사의 역량과 채널의 성격이 혼합돼 향후에도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