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은 남녀 관계 아닌 권력자의 갑질…한일병원, 복지부 유관기관 등 잇달아 보도

 

“이 기자, 최근 성추행 기사만 두건 연속 썼네. 그러다가 성추행 전문기자 되는 거 아닌가?”

 

근래 만난 지인들은 잇달아 내놓은 한일병원과 보건복지부 유관기관장 기사에 대해 진담반 농담반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기자에게 던지곤 한다.

 

성격은 일부 다르지만 2건의 해당 기사가 성추행을 정면으로 다룬 기사라는 점은 맞다. 한 건은 성추행이 있었다고 일부 확인된 건이고, 다른 건은 공식 감사 결과가 해당 기관에 통보되지는 않았다. 다만 해당 기관장은 최근 옷을 벗었다.       

 

구체적으로 개별 사안을 들여다보면 첫 번째 사안은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S총무부장이 지난해 12월 중순 모임에서 여성인 K팀장을 성희롱한 사실이 확인돼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사건이다. 

 

문제는 스트레이트 기사에 이어 기자수첩을 쓴 뒤 독자로부터 받은 메일이다. 메일 요지는 기자가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만 기사로 쓰면 되는데 마녀사냥식으로 한사람을 잡아 먹으려고 소설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우선 병원 S부장이 K팀장을 성희롱한 것으로 확인하고 1개월 정직 처분을 한 것은 기자가 아니다. 병원 감사부와 인사위원회다. 인사위는 병원장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는 공식 기구다. 또 이같은 사항은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또 기자가 만약 마녀사냥식으로 한사람을 잡아 먹으려고 소설을 썼다면 벌써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을 것이다. 기본적 사실관계 파악부터 한 후 하루 종일 병원에서 취재해 작성한 기사다. 누가 봐도 자신 있는 내용이다. 기자가 쓴 초안을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데스크가 확인 과정 등을 거쳐 데스킹한 결과가 그 기사다. 독자 지적대로 소설이라면 기사가 발행된 다음 날이라도 당사자 등으로부터 항의전화가 올 법도 한데 전혀 받지 못했다.  

 

기자가 인사위 결정사항 등 확인된 최소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병원의 다른 직원들 특히 여직원들 주장은 충격적 내용이 적지 않다. 하지만 증거가 부족하니 기사화가 어려웠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메일을 받아본 후 병원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메일을 보낸 사람은 S부장 부인의 간호사 후배의 남편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성추행에도 진영논리가 작동되는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일부 직원 이야기는 그 메일이 기자에게 항의하기 보다는 기사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의혹도 있었다. 현명하지 못하고 아둔한 기자로서는 메일 하나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다.   

 

그 와중에 인사 해프닝도 있었다. S부장이 팀장을 맡고 있는 팀에 기혼 여직원이 발령을 받자 남편까지 들고 일어났던 것이다. 해당 여직원은 휴가를 내고 출근을 거부했고, 결국 원장은 남자직원을 대신 발령 내는 심각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S부장을 비판한 기자의 기사가 소설인지 아니면 사실에 기반한 것이지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성추행 등 성폭력은 남자와 여자 간 성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폭력’자가 들어간 것처럼 권력을 가진 자가 그 권력으로 장난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정치공학이나 권력관계로 보는 기자의 시각에서는 특히 성폭력은 권력자의 횡포며 갑질이다.

 

반면 복지부 유관기관장의 성추행 의혹은 공식 감사 결과가 해당 기관에 통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판을 유보하겠다. 한일병원과 형평성 차원에서 복지부가 최종 감사 결과를 통보하면 역시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겠다. 

 

다시 한 번 기자에게 메일을 보낸 독자에게 말하고 싶다. 독자의 부인이나 딸, 여동생, 조카딸이 만약 성추행을 당하면 그런 메일을 기자에게 보낼 수 있을까?올바르고 정당한 기사는 약자 편에서 권력자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것이 잘못된 것인가?   

 

기자도 성추행처럼 민감하고 예민한 기사는 쓰고 싶지 않다. 36세에 쿠데타를 하고 권력의 2인자가 됐던 김종필씨는 정치가 허업(虛業)이라고 강조한다. 한줌도 되지 않는 권력으로 남을 괴롭히지 말고 자중자애한다면 권력자의 성추행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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