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불확실성 커진 대내외 경제환경, 통화정책은?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5.24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금리 인상설'에 신중론 제기…이주열 "경제 펀더멘탈이 통화정책시 훨씬 큰 고려요인"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향후 한국은행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이 올해 초 전망만큼 양호하지 않아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 부담이 커진 까닭이다. 일각에선 ‘7월 기준금리 인상설’도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향후 경제 상황 급변을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은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어서 한국은행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4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현행 연 1.5%인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4번 연속 동결이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 한은 통화정책 영향 미칠까

한국 경제 상황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변수가 되고 있다. 올해 초 주요 기관들의 관측과는 달리 설비와 생산, 고용 부문에서 좋은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경기 회복은 커녕 침체 국면 초입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움직이겠다는 한국은행 입장에선 기존보다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내밀기가 쉽지 않아진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9일 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기존 7월에서 10월로 수정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경기를 지탱하는 주요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과 비교해 1.2% 감소했다. 이는 2016년 1월(-1.2%) 이후 2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투자 부문에서도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7.8% 감소하면서 5개월 만에 내림세 돌아섰다. 건설투자 역시 4.5% 내렸다.

고용 측면에서도 상황이 좋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86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증가 폭은 2월(10만4000명), 3월(11만2000명)으로 3개월 연속 10만명 대에 머물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경기 침체 초입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14일 페이스북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가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정부의 경기 판단, 문제 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이 글에 공감한다. 여러 지표를 보아 경기는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상봉 교수의 기고글에는 올해 3월 산업생산과 설비투자 감소 등을 들어 경기가 후퇴 국면에 진입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이 같은 우려와는 달리 한국은행은 여전히 한국 경제가 기존에 전망했던 성장 경로에 부합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 자료를 배포하고 “설비 투자가 다소 둔화됐고 고용 상황은 부진했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여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한 바 있다.

◇ 불확실성 커진 대외 환경…한은 "금리 결정에 중요한 건 펀더멘탈"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도 한국은행을 고심케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신흥국은 미국의 통화 정상화 정책 영향에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통화정책 여력을 위해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된 점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는 이날 기자 설명회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부 신흥국의 경제 불안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아르헨티나는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달러 강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40%까지 올렸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자본 이탈을 막지 못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달 8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달러(32조3700억원) 규모 원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터키, 폴란드 등 대외 자본 조달 정도가 높은 신흥 국가로 번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커질 가능성도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다. 이미 미국 기준금리는 현행 연 1.50~1.75%로 상단이 한국보다 높다.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한·미 금리 차는 상단 기준 0.5%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2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0%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내외 금리차 확대, 신흥국 경기 불안이 국내 경제와 통화 정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대내외 금리차도 통화정책 고려 요인 중 하나지만 훨씬 더 큰 요인은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다”며 “한국 경제는 대외 건전성이 양호해 당분간 내외 금리차 확대나 신흥국 경제 불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7층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