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 보도…"발뺌 가능한 통역없는 대화 악용"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따로 산책하며 사실상 단독 회담을 가진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이 통역이 없는 비공식 일대일 회담의 특징을 노려 외교 공작을 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정보기관원이 해독한 김정은의 산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산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통역을 따돌렸다고 지적하며 이 같이 전했다.

 

쌍방 통역이 있는 공식 회담에서는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기록돼 외교 문서로 남는다. 하지만 비공식 회담에서는 대화 내용을 양 정상의 기억에만 의존해야 한다. 나중에 어느 한 쪽에서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말해도 확인할 길이 없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바로 이 점을 노렸다고 지적했다. “비공식 회담은 둘만의 장소에서 나누는 대화이기 때문에 상대가 본심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쉽다한쪽이 거짓말을 해 상대를 속이는 것도 용이해진다고 전했다.

 

··일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는 필요에 따라 본심을 말했겠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속임수 공작을 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도 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의 발언이 그의 모든 진심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2차례나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보면 한국 측이 북한의 외교 공작에 이용됐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지난 16일 돌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한국에 통보한 것을 예로 들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이해를 보였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번에 이를 비난했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비핵화에도 반발했다고 매체는 짚었다.

 

이어 북한은 한국을 잘 조종해 미국이 정상회담 개최 추진을 중단하기 어렵게 한 뒤, 엄격한 요구를 들이대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고 있다남북 정상회담에서의 산책은 미국과 유럽의 정보 당국자들에게 북한에 유화적인 문 대통령식 중재 외교와 비공식 일대일 회담의 위험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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