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국회 고발시점 절차적으로 위법”…특위활동 끝난 2017년 1월 20일 이후 고발은 ‘무효’

이임순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가 지난해 8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진료 의혹' 및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항소심 2회 공판을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 사진=뉴스1


국회 국정조사과정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 주치의’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가 고발의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세월호 수사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는데도 이를 부인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같은 재판 결과가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의 상고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의 공소를 기각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재판에서 형식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결정으로, 대법원과 2심은 이 교수에 대한 고발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활동이 종료된 뒤 이뤄진 점을 ‘절차적 위법’으로 봤다.

국조특위는 지난 2016년 11월 17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60일간 활동하고, 국정결과보고서는 같은 달 20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반면 이 교수에 대한 고발은 특위 활동이 끝난 2월 28일 이뤄졌다.

이에 2심인 서울고법 형사3부는 지난해 8월 국회법에 따라 보고서가 의결된 날(2017년 1월 20일)까지만 국조특위가 존속하므로 국조특위가 그 이후에는 고발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다.

당시 재판부는 
“국조특위가 존속하지 않는 때 고발이 이뤄져 소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고발로서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고발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면서 특검의 기소 역시 무효가 됐다.


이날 전원합의체 역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활동기간 내에서만 존속하는 것이고 존속기간 내에서만 위증죄에 대한 고발이 가능하다”면서 “특별위원회 활동기간 후에도 고발이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법률을 확대해석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라고 2심 판단을 수용했다.

이 교수가 국조특위에서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부부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해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사실이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 교수에 대한 공소기각 확정 판결은 유사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일부 혐의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6월 5일 검찰이 해경과 청와대의 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수색하려고 할 때 당시 세월호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에게 전화해 “청와대와 해경 간 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꼭 압수해야 하겠는가요”라고 말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수사에 개입해놓고 2016년 12월 12일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출석해 ‘단순히 상황만 파악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위증이라고 보고 국회 위증 혐의를 포함해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이 혐의는 지난 2월 22일 1심에서 공소기각 결론이 난다. 우 전 수석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그의 ‘세월호 수사외압’과 관련된 국회 증언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도, 절차적으로 위법해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고발 의결이 국조특위 활동종료 3달이 지난 지난해 4월 11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윤 전 부장검사의 진술에 의하면 우병우가 국회 특별위에 출석해 청와대와 해경의 통화내역 압수에 관해 나눈 대화와 관련한 증언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국회 위증죄는 국회 고발이 소추요건이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한 국회의 적법한 고발의결이 있었다고 할 수 없어 적법한 공소제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우 전 수석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CJ E&M에 대한 고발 진술과 관련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방해 혐의 ▲안종범, 최순실의 비위행위 방관 ▲2016년 10월 21일 국감 불출석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문체부 국·과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조치 혐의▲문체부 감사담당관에 대한 좌천성 인사조치 혐의 ▲케이스포츠클럽에 대한 부당 현장점검 준비 혐의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CJ E&M에 대한 고발 진술과 관련된 강요 혐의 ▲2017년 1월 9일 국감 불출석 혐의에는 각각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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