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월이후 순매도 지속…'바이코리아' 되돌릴 관건은 결국 기업실적

국내 증시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리스크로 지목됐던 요소들이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한반도 평화 움직임에 북한이 제동을 걸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게다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지난 2월 증시 급락의 공포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리스크 속에서 증시가 활로를 찾으려면 결국 상장사들의 실적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28포인트(0.05%) 오른 2459.82로 마감했다. 지수는 지난 2일 장중 2516.57까지 상승한 뒤부터는 내림세를 걸었고 9일 장중에는 2428.79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후 큰 반등 없이 코스피는 2400선에서 머물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점이다. 증시를 지탱하던 한반도 리스크 완화라는 호재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날 새벽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한국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은 것이다. 나아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한반도 리스크 완화에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월들어 이달 9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한반도 리스크 완화에 투자자들의 증시에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에 경협주를 중심으로 증시 주도주가 형성된 상황이었다.

북한의 움직임은 향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실제적인 남북 경제협력으로 가기 위해선 당장 북미 정상회담 허들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향후 협상 전망에 어두운 그늘을 만들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도 국내 증시에는 부정적인 재료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가속화에 채권 시장이 동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까닭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할 경우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게 되고 이는 신흥국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달러 강세 현상에 페소화가 급락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그동안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 2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년여만에 연 2.8%대까지 급등한 영향에 코스피가 6거래일만에 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8%를 넘어 3%로 다가설 때도 외국인 투자자는 셀코리아(sell korea)로 대응했다.

특히 15일(현지 시간) 장중에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전날 대비 9bp(1bp=0.01%포인트) 상승하며 3.091%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4.3bp 오른 2.589%을 기록해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1월까지만하더라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보였지만 2월 이후부터는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1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누적으로만 95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를 탓하기 앞서 기업 실적이 우선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선적으로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야 한다”며 “12개월 선행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을 놓고 보면 글로벌은 올해 초 대비 1분기 컨센서스가 8.6% 증가했다. 신흥국도 연초 대비 6.3%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은 되레 3.4%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증시에 자금 유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한반도 평화 움직임에 북한이 제동을 걸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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