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한 외모에 빼어난 주행성능…실연비도 기대 이상, 인테리어와 2열 공간은 아쉬워

르노 클리오. / 사진=르노삼성


소형차 구매의 영순위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착한 가격에 깜찍한 외모, 거기에 빼어난 달리기 실력과 높은 연비까지 갖췄다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더할 나위 없다. 


최근 국내 상륙한 르노 ​클리오​는 이런 장점을 두루 갖춘 차량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수입 B세그먼트(소형차)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목표로 클리오를 내놨다.


클리오는 전 세계에서 1400만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링 모델로 20년간 프랑스에서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높은 연비는 물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차량으로 명성이 높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차량은 4세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하지만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인 국내 시장 상황을 놓고 클리오의 국내 흥행에 우려섞인 관측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르노삼성은 클리오를 통해 부진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해치백보다는 수입 B세그먼트(소형차)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실제 국산 소형차 시장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준중형세단의 인기에 밀려 고사 직전인 것과는 달리, 수입 소형 해치백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르노삼성 방실 마케팅 담당 이사는 “클리오를 통해 토요타 프리우스C, 푸조 208, 시트로엥 DS3 등 3개 모델이 선점하고 있는 수입 B세그먼트 시장에서 점유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클리오의 월간 목표 판매량을 1000대 수준으로 잡았다. 올 연말까지 8000여대의 판매고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리오 전측면. / 사진=정기수기자

클리오를 강릉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정동진 하슬라 아트월드 일대를 왕복하는 약 125km 구간에서 직접 체험했다.

우선 외모는 호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드지르(DeZir)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디자인된 클리오는 차량 전체를 타고 흐르는 부드러운 곡선 라인으로 관능미와 볼륨감을 한껏 강조했다.

전면부 중앙에 위치한 다이아몬드형 ‘로장쥬’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 C자형 주간 주행등은 르노의 정체성을 한 눈에 드러내고 여기에 발광다이오드(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뤄 강인한 인상을 더했다. 이날 시승에 참가한 기자들 역시 대부분 클리오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평을 내놨다. 

 

클리오 실내. / 사진=정기수기자


실내 공간은 덜어낼 것은 모조리 덜어낸 모습이다. 실용적인 가격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더라도, 백번 양보해서 담백한 인테리어라고 양보하더라도 등받이 각도와 시트 간격 조정까지 수동으로 해야 한다는 점은 확실히 불편한 요소다. 풀 미러링 시스템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모든 앱을 구동할 수 있는 7인치 터치스크린은 쓸모가 많지만, 요새 트렌드와 걸맞지 않게 크기가 옹색하다.

뒷좌석도 소형차의 한계를 벗어나긴 어렵다. 클리오의 휠베이스(축거)는 2590mm로 경쟁 모델인 프리우스 C(2550mm), 푸조 208(2540mm)보다는 크지만 성인 남성이 장시간 타고 가기에는 버거울듯 싶다. 신장 177cm의 기자가 앉았을 때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빠듯한 수준이었다.

 

시승을 끝낸 뒤 최종 측정한 클리오의 연비는 17.2km/ℓ가 나왔다. / 사진=정기수기자


클리오의 시승을 마치고 가장 가장 인상적인 점은 연비였다. 차량 통행이 뜸했던 교외에서 진행된 시승이었던 관계로 직선과 곡선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구간에서 100km/h 이상 달리며 차량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직선 도로에서는 150km/h 이상의 고속주행이 한동안 계속됐다. 클리오의 복합연비는 17.7km/ℓ다. 국내에서 연비왕으로 불리는 QM3(17.3km/ℓ)보다도 높다. 


시승을 끝낸 뒤 최종 측정한 연비는 17.2km/ℓ가 나왔다. 70~80km/h의 정속 주행을 할 경우 18~19km/ℓ의 연비도 가능할 듯 싶다.

주행성능은 소형차급 이상이다. 클리오에는 1.5ℓ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5kg·m의 힘을 낸다. 고속 구간에서 가속 페달에 얹은 발에 힘을 주자 100km/h를 넘어 120km/h까지 손쉽게 치고 올라갔다. 차급의 한계상 급가속은 다소 굼뜨지만 일단 탄력이 붙으면 쭉쭉 밀고 나간다. 6단 게트락 DCT(더블클러치트랜스미션)와의 궁합도 만족스럽다. 특히 1750rpm부터 2500rpm 사이의 실용 주행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돼 고속 구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경쾌한 가속 성능을 즐길 수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는 ​QM3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지만 가벼운 공차중량에 맞춰 세팅돼 최적의 운동성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 


옥계에서 정동진으로 넘어가는 해안도로 와인딩 구간에 접어들어서는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으나 날카롭게 코스를 타고 빠져나왔다. 견고한 서스펜션은 적당한 무게감을 주는 스티어링휠과 어울려 빼어난 조향 성능을 보여줬다. 클리오의 섀시와 서스펜션 기술은 120년 역사의 르노가 포뮬러1 등 모터스포츠를 통해 담금질을 거친 성과가 양산형에 녹아든 결과라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클리오 엔진룸. / 사진=정기수기자


소형차 차급에서 보기 힘든 첨단사양들이 다수 채용된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와 3D 타입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 커넥트Ⅱ, 후방카메라, 전방 경보장치 등이 인텐스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해치백 모델답게 적재공간도 여유롭다. 300ℓ에 달하는 트렁크 공간은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을 경우 최대 1146ℓ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이날 시승차는 미디어 시승을 위해 상위 트림인 인텐스 모델이 사용됐다. 가격은 2320만원이다. 하위 트림인 젠 트림은 1990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리우스 C(2490만원), 푸조 208(2590만~2790만원), 시트로엥 DS3(2890만~3290만원)보다 최대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해외서 전량 공수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입차이긴 하지만 전국 470여곳의 르노삼성 국내 서비스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점도 다른 수입차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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