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등 구실로 펀더멘탈보다 기대감이나 수급에 치우친 장세…"기업가치 개선없이 상승한 종목 주의해야"

국내 증시에서 펀더멘탈(기초 여건)보다 수급이나 기대감에 치우친 장세가 펼쳐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증시에서 펀더멘탈(기초 여건)보다 수급이나 기대감에 치우친 장세가 펼쳐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남·북 경협 재료로 색깔을 입힌 우선주가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하고,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일부 품절주가 소수의 수급 주체들의 집중적인 매수로 시가총액 순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의 가시적인 개선없이 상승한 경우 하락 가능성도 높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대감’이 한국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바이오주가 성장 기대감에 큰 폭으로 올랐고 최근에는 한반도 평화 기대감에 남·북 경협주들이 급등하고 있다. 심지어 적자를 내고 있는 일부 종목들도 이러한 기대감에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IT(정보통신기술) 관련주, 반도체주들이 실적 증가를 기반으로 상승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일부 우선주들의 급등이 심상치 않다. 계양전기우는 이달 8일만 하더라도 356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달 9일 29.89%, 10일 29.82%, 11일 29.89%, 14일 29.74%, 15일 29.72%로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1만3750원까지 치솟았다. 대원전선우 역시 지난 11일과 14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앞서 현대건설우, 쌍용양회우, 현대비앤지스틸우 등도 연일 상한가로 주가가 배로 상승했다.

이들 우선주는 공통적으로 남·북 경협주와 관련돼 있다. 과거 대북 송전 관련 업체이거나 금강산 관광 사업,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관련한 상장사들의 우선주다. 향후 남북이 경제협력에 나설 경우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에 투심이 몰렸다.

게다가 이들 주식은 품절주로도 분류된다. 품절주는 일반적으로 실질적인 유통주식 수가 적거나 시가총액이 250억원 미만인 종목을 말한다. 이러한 배경 탓에 품절주들은 수급적 요인에 따라 주가가 급변하는 특성을 지닌다. 실제 계양전기우는 15일 기준 시가총액이 189억원에 그친다. 대원전선우(185억원), 쌍용양회우(125억원), 현대비앤지스틸우(127억원), 현대건설우(258억원) 등도 비슷한 규모다.

우선주가 아닌 품절주 급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광학렌즈업체인 나노스는 특별한 급등 호재 없이 단순히 수급만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대주주 3곳의 지분율이 97.54%에 달하는 탓에 소액주주가 거래할 수 있는 주식 비중이 전체의 2.46%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소수의 투자자들이 주가 끌어올리기가 가능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나노스는 상위 20개 계좌의 매수 관여율이 31.88%였다.

주가가 기대감과 수급만으로 오르다 보니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와 비교해 할인된 가격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품절 우선주는 많게는 보통주 주가의 4배에서 거래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는 그만큼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주가 상승 요인도 해당 종목의 실적이 증가해 우선주 배당이 높아졌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실현되지 않은 남북 경협 기대감에 있었다.

일반 품절주의 이상 급등 현상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과 2년전 코데즈컴바인이라는 종목이 품절주로 폭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 건전성과 신뢰도를 해치는 모습이 나왔었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며 “최근 막연한 기대감에 편승하는 기류가 강해졌는데 가시적인 근거없이 상승한 종목의 경우 그만큼 하락 가능성도 높아 투자자들이 경계할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 움직임 측면에서도 관심을 갖고 봐야할 사안으로 지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유통주식수가 적은 품절 우선주의 급등세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별종목 장세가 퇴보하는 시기의 특징”이라 밝혔다. SK증권 역시 10일 보고서에서 “최근 우선주 급등현상에 대해서는 낙관보다는 경계감이 필요하다”며 “시총이 낮은 일부 종목 중심의 과열 현상으로 우선주 전반의 강세 흐름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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