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중심 대출부실 위험만 키우는 부작용 노출…금융계 "가계대출 규제방안 근본적 재검토를"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이 증가함으로써 정작 가계대출 총량은 줄이지 못하면서 금리 상승기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성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을 줄일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과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신전문업체, 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액인 5조원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업권별로는 은행의 가계 대출이 한 달 동안 5조1000억원 늘어나 작년 11월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은행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이 2조7000억원 늘어났다. 과거 각 연도의 4월 수치와 비교해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기타 대출에서 신용대출은 작년 11월(2조6000억원 증가) 이후 최대 증가 폭(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철인 4월의 경우 생활 자금 수요가 많은데다 신규 아파트 분양·입주 관련 수요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도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해당 수요가 기타대출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라는 시각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전체 가계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규제를 피해 신용대출로 쏠린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제로 지난달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38조3696억원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3조6330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4000억원으로 전월(4조7000억원)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전달보다 약 2배 증가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은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이에 금리상승기에 금리가 높고 담보없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가계대출 부실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타대출이 일반신용대출 외에도 마이너스통장,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생활안정자금 수요가 늘어났고 보험계약 대출, 카드론 등 제2금융권 대출이 일어나는 등 복합적인 작용으로 기타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규모 증가를 막기 위해 주담대 규제에 나섰지만 신용대출로 대출 증가가 이어지는 풍선효과에 대해선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신용대출에서 부실화가 커질 수 있다. 주담대 규제만으론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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