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솔 더브릿지 대표 “새터민, 수혜 대상 아닌 남북 경제 이해하는 사업가로 봐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남북경제협력(경협) 논의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새터민(탈북민)들의 국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남북간 경제교류를 대비해​ 새터민 창업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새터민들은 남북 시장경제를 모두 겪어봤기 때문에 향후 국내 창업 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중소벤처기업은 남북경협의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북한과 관계가 정상화되면 개성공단 재가동에 이어 북한 근로자 고용 등 국내 중소기업과 북한 시장이 서로 경제적 협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2월 북한 핵실험 등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악화된 내수경제로 힘들어했던 중소기업에게는 남북경협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국내 창업을 준비하는 새터민을 조명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온 새터민은 3만명 정도다. 그중 7~800명 정도가 한국 창업을 시도했다. 주로 요식업, 판매업, 화물업 등 자영업 창업이었다. 새터민들은 국내 시장이나 기업에 적응하기 힘든 탓에 생계형 창업에 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

 

황진솔 더브릿지 대표는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새터민 창업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황 대표는 그동안 임팩트 투자(수익과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형태)를 통해 새터민 창업가 15명을 지원했다. 황 대표가 지원한 새터민들은 온라인쇼핑몰, 아이폰 수리 엔지니어, 중국과의 온라인 건어물 유통업 등 정보기술(IT), 스마트제조 사업을 운영 중이다. 

 

황진솔 더브릿지 대표가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새터민 창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황 대표는 최근 (북한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개선됐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새터민 하면 건강이 안좋거나 적응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떠올렸다. 또한 종교단체나 비영리단체 등이 취약계층 새터민만을 도우려고 한다또한 우리는 북한 시장을 너무 모른다. 기존 북한 프레임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그러나 상류층, 취약계층이 아닌 중간단계에 있는 대부분 새터민들은 (창업가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이들은 남북 시장과 사업 등을 모두 겪었다. 남북 경제상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업가라며 수혜자가 아닌 향후 남북경제 주역과 사회적 혁신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이슈의 시작은 관점이다. 새터민이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이제 막 국경을 건너온 새터민들을 많이 고용한다. 한국 기업에 취직한 새터민의 이직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라며 새터민 창업가들은 (새터민 근로자들이) 한국에 적응,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통일부나 사회단체가 간과한 측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는 다양성을 강조하며 새터민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구글캠퍼스, 아산나눔재단 등이 새터민 창업가에게 취약한 인터넷 정보 접근성, 금융 경영, IT활용능력 등을 돕고 있다. 더브릿지 같은 소셜벤처는 크라우드펀딩이나 임팩트 기부 등을 통해 새터민 창업자들의 자금을 연결해준다

 

한편 황 대표는 새터민 창업가 간의 정기적 네트워킹 지원,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제도나 정부 지원사업 정보 공유 등이 구체적인 지원 방법이라며 또한 한국 청년들이 실제적인 새터민 창업을 지원하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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