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LG그룹 오너 대상 검찰 수사 단초 제공…“조용히 할 일하자” 정중동 행보 돋보여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김현준 조사국장이 해외에 소득·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정중동(靜中動)이다. 검찰이나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사정기관들과 달리 조용히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오너일가 수사의 결정적 신호탄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오너일가 갑질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상속세 탈루 및 비자금 논란이다. 검찰은 조양호 회장이 아버지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해외 재산을 상속받으며 상속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물컵 논란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의 갑질 논란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오너일가의 비자금 수사로까지 번지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 수사의 첫 시작은 국세청의 손끝에서 나왔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2016년 한국과 스위스의 조세협정 체결로 조씨 일가 예금 내용이 공개됐고, 이후 국세청이 이를 추적해 500억원 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 재계 최대 이슈가 됐던 사상초유의 LG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그 스타트는 국세청이 끊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 9일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특히 이번 수사는 LG그룹 총수일가가 직접 연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번 수사 역시 국세청이 LG상사 등 총수일가 주식변동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하며 이뤄지게 됐다. 검찰은 고발 1개월만에 곧바로 LG그룹에 대한 적극 수사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해당 건 역시 오랜기간 꾸준히 살펴본 결과 나온 성과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을 보면 조용한 듯 하면서 한 건 씩 내놓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는 검찰, 공정위 등 여타 사정기관들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내부적으로도 ‘조용히 할일을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 고발 건은 특히 상당 부분 구체적 혐의에 대한 조사가 끝나있는 터라 검찰이 후속 수사도 수월한 편이다. 특히 이번 LG그룹 고발 건은 올해 신설된 조세범죄수사부의 첫 재벌 수사라는 점에서 검찰에게도 반가운 소식으로 여겨진다는 전언이다.

국세청의 재계 사정은 향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외재산 은닉을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철저히 환수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더불어 해외 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해 철저히 추적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국세청은 현재 전체적으로 조직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특히 조직 내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조직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한승희 청장이 임명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수장이 오면 조직 체계가 잘 잡힌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