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등 삼성 윗선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 규명이 관건

'삼성 노조와해' 의혹을 받는 최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윤아무개 상무, 노무사 박아무개씨, 함아무개 전 동래센터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 수사는 이른바 ‘그린화 작업’을 총괄한 최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의 구속 여부가 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는 인사 관련 부서에서 중책을 맡았던 임원의 구속을 연결고리로 ‘윗선’의 개입 여부까지 확대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최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윤아무개 상무, 노무사 박아무개씨, 전 동래센터 대표 함아무개씨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돌입했다.

최 전무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이 노조를 세운 2013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노조대응 조직인 ‘종합상황실’ 실장 등을 맡고, 노조와해를 뜻하는 이른바 ‘그린화(노조 탈퇴 및 파괴)’ 작업 실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전무에게 협력업체 노조원들과 비노조원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불법사찰(개인정보보호법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 4곳의 대표들에게 위장 폐업을 지시하고 업체 대표들의 권리금 등 손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 2억원대 회삿돈을 지급한 혐의(배임증재)도 적용했다.

최 전무는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경남 양산센터 노조 분회장 염호석씨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염씨 아버지를 회유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전달한 6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 회삿돈을 지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최 전무의 구속 여부는 그가 무거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삼성그룹 윗선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격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 전무는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줄곧 인사 관련 부서에 근무해 온 인사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로지텍 인사팀장(상무)을 지내고 삼성전자서비스 상무를 거쳐 현재 전무로 재직하는 등 중책을 맡아 왔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 전무를 통로로 삼성그룹에 노조 와해 관련 보고가 올라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 본사-협력업체로 이어지는 지휘·보고 체계의 흐름이 나타난 일일보고 형식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고리 역할을 한 최 전무의 구속 타당성이 인정되면 검찰의 수사는 당연히 ‘윗선’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최 전무에 대한 영장청구는 ‘조직적 범죄’의 입증을 요구한 법원의 결정에 응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최 전무를 도와 각종 부당 노동행위를 주도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 상무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조직적 범죄’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범죄 혐의 입증 부족이 아닌 조직적 범죄에서 윤 상무의 지위와 역할 범위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의 조직적인 개입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상당하다.

최 전무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밤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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