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피부발진 개선 위한 유기농 생리대 개발…지난 4월 중동 정기배송 시작

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이 손님이 떼를 부리고, 화를 내고, 식은땀을 나게 만들어도 여자로 태어난 이상 으레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름은 생리통. 피할 수 없지만 피하고 싶은 불청객이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도 한때는 이 고통을 공유했다. 피부도 예민했고, 생리통도 심했지만 나에게 잘맞는 생리대를 찾진 못했다.

 

김 대표를 자각하게 만든 건 깔창 생리대였다. 돈이 없어 생리대를 사지 못하고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보도됐다. 김 대표는 나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리통 탓에 힘든 여자들과 생리대가 없어서 힘든 여자들을 돕고 싶었다. 20169월 김 대표는 유기농 생리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리대 원재료를 공부하고 공장을 찾아다니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법인이 설립된 건 지난해 7. 김 대표는 개발자 친구와 함께 해피문데이를 공동창업했다. 밥을 먹으면서 생리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뜻을 같이 했단다. 해피문데이의 뜻은 행복한 월경날이다. 생리는 정확한 호칭이 없다. ‘생리’, ‘그날’, ‘월경’ 등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모두 추상적인 표현이다. 김 대표는 달 주기에 따라서 월경 기간이 정해진다는 데 착안해 문 데이(Moon Day)’를 생각해냈다.

 

지난해 생리대 유해물질 사건이 터지면서 해피문데이는 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판매량보다는 여성의 행복한 월경을 위한 가치에 더 집중하고 싶다. 나중엔 여성문화를 선도하고 싶다는 김 대표를 10일 서울 관악구 스프링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과정을 알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창업해피문데이 쓰고 편해졌다는 후기 보람차

 

생리대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수요가 확실하다. 하지만 생리대 업체 1, 2위를 다투는 회사는 모두 해외법인이거나 합작법인이었다. ‘국내 기술력이 충분한데도 왜 순수 한국 생리대 업체는 없을까’, 김 대표는 생각했다. 화장품이나 의류에 비해 국내 생리대 시장의 발전속도는 아직 더디다. 김 대표는 해피문데이를 통해 유기농 생리대 시장을 열어보고 싶었다.

 

“21살 때부터 스타트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창업이 새로운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게도 창업은 두려움이자, 도전이었다. 어떤 과정이 있는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초기 투자를 받았다. 처음엔 해외 공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얹어 들여오는 형태로 시작했다. 국내 공장은 유기농 생리대가 잘 안팔린다는 이유로 생산을 해주지 않았다. 1년 간 시행착오를 겪은 뒤 사회적으로 생리대 파문이 일어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결국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를 10일 서울 관악구 스프링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사진=노성윤 PD

해피문데이는 유기농생리대 정기배송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낸다. 유기농생리대를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형태다. 외부 판매채널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지 않고 있다. 유통채널이 많아지면 공장 생산이나 제품 피드백 관리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점점을 중요시하는 사업 특성상 피드백이 허술해지면 안된다는 게 김 대표의 원칙이다. 수수료 문제도 있다. 유통 마진을 최대한 내려야 더 싼값에 생리대를 팔 수 있다. ‘유기농 생리대는 비싸다라는 생각 때문에 머뭇거리는 소비자를 위해서다. 온라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한 대학교 매점이나 몇몇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오프라인 매장의 전부다.

 

제일 보람있는 고객 후기는 아무래도 해피문데이를 쓰고 불편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1300만 생리동포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길고 유쾌한 후기도 있었다. (해피문데이가) 주고자 하는 가치가 전달이 되고 있구나. 보람을 느낀다. 최근엔 개별포장지 접착력에 대한 글도 올라오는데 열심히 제품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배워가는 과정이다.”

 

해피문데이의 가치는 여성들의 행복한 월경날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

 

생리대 유해물질 파문이 터지면서 유기농 생리대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해피문데이의 차별점은 좋은 제품에 더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지금 운영하는 자사 정기배송 서비스도 자칫 가격경쟁으로 가지 않을까 신경쓰고 있다. 당장 유기농 생리대를 쓰지 않는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유기농 생리대를 쓴다고 해서 쉽게 생리통이 낫는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해피문데이는 건강한 원재료, 건강한 생리대, 건강한 여성이라는 기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기업 DNA가 다른 회사와 좀 다르다. 우리는 유기농 생리대를 많이 파는 게 목적이 아니다. ‘월경자체를 행복하게 만들자는 것이 기업 가치다. 제조업, IT기업들과는 방향성이 다를 수밖게 없다. 대형 생리대 업체는 여성들의 나이나 환경, 월경 주기까지 따지지 않는다. 해피문데이는 여성의 몸을 연구하고 데이터를 쌓는다는 점이 다르다.”

 

해피문데이는 지난달부터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423일 쿠웨이트에 첫 유기농 생리대를 팔았다. 정기배송 시스템도 그대로 가져갔다. 김 대표는 현지화를 위해 배송, 온라인 사이트, 제품 디자인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현지 문화에 맞춰 중동 홍보 팜플렛엔 '히잡 쓴 여자 그림'도 추가했다.  중동 현지 파트너사와 대화도 많이 한단다.

 

어릴 때부터 중동에 관심이 많았다. 중동은 문화적으로 여성인권이 낮다. 작년에 중동 스타트업 지원센터의 초대를 받아 샘플 제품을 들고 갔다. 처음엔 발표를 못할 뻔 했다. , 월경, 생리대 이런 주제가 중동 사람들에겐 생소했겠지. 발표하는 내내 눈도 안 마주치더라. 그런데 발표를 하고 내려오니 여성분들이 찾아와 손을 잡고 고맙다고 했다. 심지어 부끄러워 부스를 찾아오지 못한 분들이 전화까지 했다. 중동은 구매력은 있지만, 선택의 폭이 좁은 시장이다.”

 

해피문데이는 중동 외에 다른 나라 진출도 준비 중이다. 나중엔 한국산 유기농 생리대를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게 김 대표의 꿈이다. 올해 해피문데이는 다른 제품 연구개발(R&D)을 마무리하고 현 사업을 안정시키는 게 1차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여성들이 경험하는 월경에 대해 건강한 문화를 만들고 싶단다. 1층엔 여성용품 가게, 2층엔 산부인과, 3층은 사무실이 있는 대규모 건물을 세우는 큰 회사도 그리고 있다.

 

회사명 자체가 여성들의 행복한 월경날이지 않나.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청소년, 생리통에 힘들어하는 여성분들을 위한 일은 (우리에게) 당연하다. 해피문데이는 청소년 생리대 기부 외에도 초경 가이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 7명이 언니처럼 여성의 몸과 월경에 대해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다행스럽게도 크라우드 펀딩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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