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스크 해소는 국내 모든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경협 수혜 기업 좁게 설정하지 말아야"

한반도 정세의 키가 6월 북·미 정상 회담으로 넘겨진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경협)주를 바라보는 투자자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남·북 관계가 대전환기를 맞으면서 국내 증시 체질도 경협주 위주로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하는 반면 이러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이제는 폭탄 돌리기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으로 나뉜다.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월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4월에도 14조3000억원으로 1분기 평균치(13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한반도 리스크 완화에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간을 끌던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를 통해 공개되면서 회담 결과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은 경협주의 향방이다. 경협주는 한국과 북한이 경제 협력을 진행할 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들을 일컫는다. 과거 개성공단 입주 회사나 대북 송전 관련 업체, 금강산 관광 사업 등을 주도한 종목들이 주로 경협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건설주, 유틸리티주, 비료·종자 관련 농업주 등으로 범위가 확대된 모습이다.

이 같은 경협주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과 유틸리티 등 업종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허들을 넘어서야 실제적으로 북한과 사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업종에 속한 주가가 큰 폭으로 뛴 것은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강세장에도 움직이지 않던 현대건설은 남북 정상회담 열흘 전인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52.6%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협주 테마는 반짝으로 끝났던 여타 테마주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이뤄지고 있는 대화는 핵폐기와 종전, 북한의 체제 변화 등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이것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경협은 그 이전보다 폭넓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한 오랜 기간을 두고 이어지는데 실제 수혜를 받는 경협주도 같이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경협주 돌풍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경협 기대감은 주가에 선반영돼 많이 오른 데다 경협 실현 가능성을 따지려면 아직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경협에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기업들을 섣불리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깔려 있다.

실제 그동안 많이 상승했던 경협주들은 호재에 소폭 둔감해진 모습이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된 다음 거래인인 11일 개성공단 관련주인 좋은사람들 주가는 6200원으로 전날 대비 1.59% 하락했다. 지난달 23일 장중 9440까지 치솟은 이후와 비교하면 30%나 빠진 것이다. 또 다른 개성공단 관련주인 제이에스티나 역시 이날 0.88% 오르는데 그쳤다. 대북 송전 관련주인 제룡전기는 1.98% 상승한 1만2900원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19일 기록한 2만원 고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들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지난 2월 말 대북 특사단 파견 이후 큰 폭으로 오른 종목들이다.

이에 따라 이미 오른 종목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를 읽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일 낸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신시장 확보는 경협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며 “이미 상승한 남북경협 관련 종목을 매수하기 보다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대형 실적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그 영향이 증시에 어떻게 나타날 지 투자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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