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영향률 분석으로 저임금 노동자 영향 분석”…최저임금위 산입범위 확대 논리 근거로 활용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작성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가 산입범위 확대 시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영향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산입범위를 확대할 경우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영향이 적다’는 논리가 형성됐지만, 연구 결과 왜곡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연구원이 자체 연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이하 기초연구)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제도개선 전문가 TF(태스크포스)’ 참고 자료로 사용됐다. TF는 지난해말 이 자료와 노사 입장 등을 토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최저임금위원회에 권고했다.
기초연구 자료는 2017년 10월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으로부터 수탁 받아 만들었다. 계약금액은 1억7400만원이다. 노동연구원은 고용·노동 분야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으로 정부 출연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논리적 기반이 된 당시 기초연구 분석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자료에서 왜곡 지적을 받는 부분은 ‘임금분위별 최저임금 산입임금 확대에 따른 영향률’ 부분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영향률(%)의 변화를 다룰 경우, ‘영향률의 변화율(%)’이 아닌 ‘영향률의 변화 차이(%p)’로 분석해야 함에도 이 자료는 변화율(%)을 이용해 현실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영향률(%)의 변화 다룰 때 변화율(%) 이용해 왜곡”
노동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커져도 그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에는 “동일한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률의 변화는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적게 감소한다”며 “이는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영향률은 크게 변화되지 않음을 반영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그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즉 저임금 근로자는 산입범위가 확대된다고 해서 그다지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연구원의 기초연구가 이러한 결론을 낸 근거는 다음과 같다. 기초연구 자료 ‘영향률의 변화’ 표에 따르면, 기준‘0’(매월 지급되는 기본급 및 통상적 수당)에서 기준‘3’(기준‘0’에 기타수당과 고정상여금 포함)으로 최저임금 산입임금을 확대할 경우, 영향률 변화는 소득 1분위(–5.3%), 2분위(-34.3%), 3분위(-63.6%), 4분위(-97.1%), 5분위(-100%)로 나타났다.
이 변화표의 결과만 보자면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산입범위가 커져도 영향률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연구원의 이러한 분석 방법과 결론은 왜곡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영향률(%)의 변화를 다룰 때는 노동연구원이 사용한 영향률의 변화율(%)이 아닌 영향률의 변화 차이(%p)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영향률의 변화를 다룰 때는 영향률의 변화율(%)이 아니라 영향률의 변화 차이(%p)로 분석해야 한다”며 “영향률이 4%에서 2%로 하락하는 것도 100% 하락이고, 100%에서 50% 하락하는 것도 100% 하락이다. 이 둘을 같은 100% 하락이라고 주장한다면 영향률 하락을 분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도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전자는 2%p 하락이고 후자는 50%p 하락이다. 후자의 영향률 변화가 훨씬 심각한 변화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의 차이를 알고도 퍼센트인 변화율로 분석했다면, 현실을 호도하기 위한 악의적 분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연구원이 이 자료에서 이름 붙인 ‘영향률 변화’도 틀린 용어라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이 영향률 변화라고 이름 붙여 제시한 관련 수치는 사실상 ‘영향률의 변화율’이라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노동연구원이 이름붙인 ‘영향률 변화’는 기입된 수치를 보면 ‘영향률의 변화율’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노동연구원은 ‘영향률의 변화율’을 ‘영향률의 변화’로 명명하고는 임금소득이 높은 5분위는 100% 감소하고 1분위는 5.3% 감소하는 표를 만들었다”며 “그래놓고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영향률은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동연구원의 분석법과 달리 ‘영향률의 변화(%p)’로 소득구간에 따른 영향을 추정했을 경우,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2분위 소득 집단이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2분위 소득 집단의 임금은 많지 않은 식대, 교통비, 정기상여금을 받아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될 경우 최저임금 영향률 변화가 가장 큰 소득집단은 2분위이다”며 “기준‘3’으로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무려 10.6%포인트가 최저임금 영향률에서 제외된다. 이 규모만큼 7530원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못 누리게 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2분위 소득집단은 약간의 식대, 교통비, 정기상여금을 더 받아,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벗어나는 집단이기 때문에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이라며 “제외되는 노동자 규모도 가장 크다. 기준‘3’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커지면 32만여 명이 최저임금 영향에서 제외된다. 전체 제외자 63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다음이 1분위(11만4000명), 3분위(10만9000명) 순이다”고 언급했다.
◆ 산입범위 확대 시 저임금 집단 영향 가장 커…노동연구원 “왜곡 의도는 없어”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도 노동연구원의 관련 결과가 현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연구원 자료에서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영향률 변화를 구한 방식은 현실을 왜곡시켰다. 이 자료는 산입범위를 확대해도 저임금 노동자가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호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영향률의 변화는 변화율(%)이 아닌 영향률 변화(%p)로 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며 “영향률 변화로 구할 경우 노동연구원 결과와 달리 소득 1, 2분위의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지는 노동자 숫자가 늘어난다”고 언급했다.
박하순 연구원은 “이 자료는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로 많이 이용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연구소의 한 연구원도 “이 자료에서 최저임금 영향률(%)의 변화는 변화율(%)이 아닌 변화 차이(%p)로 구해야 한다”며 “노동연구원의 방식과 결과는 현실 왜곡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준도 연구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 저임금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연구원 결과와 반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변화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 알 수 있다”며 “산입범위가 어떤 형태로든 확대되면 2분위 소득집단의 임금인상 효과는 상당 부문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별개로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 임금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될 것임을 예고한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에서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저임금 노동자 관련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언급했다.
노동연구원 측도 이러한 지적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의도적 왜곡’은 부인했다.
노동연구원 한 관계자는 “관련 자료에 대해 사실 호도 또는 왜곡이라는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다”며 “우리도 영향률의 변화율(%)과 변화 차이(%p) 부분을 인식 했지만 내부적으로 우리가 취한 방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의도를 갖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자료에서 이름 붙인 ‘영향률 변화’는 지적대로 ‘영향률의 변화율’을 나타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전문가 TF 권고안은 한국노동연구원의 기초연구 결과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입장, 그 밖에 관련 자료와 통계를 토대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