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의 공연문화…높은 소비능력에 공연에 대한 잠재 욕구도 커

대한민국 공연문화는 10대에서 30대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을 앞세운 공연이 기획되면, 티켓팅에 참전하는 팬들의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는 뮤지컬 ‘웃는 남자’ 선예매 티켓팅 이슈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로 인해 국내 공연 다수가 젊은 세대를 위한 형태로 변모해가고 이들을 타겟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이 이뤄진다. 그러나 사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수요층이 있다. 높은 소비능력을 갖고 있으며 공연에 대한 잠재 욕구도 큰 ‘실버세대’다.

50대에서부터 70대는 문화계에서도 충분히 소구력이 큰 세대다. 하지만 이들 실버세대의 욕구에 부합하는 공연이 국내서 기획되는 건 쉽지 않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퍼센트에 육박하지만 그중에서도 미디어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로 규정받기 쉬운 주체들 또한 실버세대다. 모든 정보의 흐름과 공연문화에 대한 소비가 미디어로 이뤄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실버세대가 가진 공연에 대한 접근성이 젊은 세대보다 떨어질 거라고 지레짐작하기 쉬운 것이다.

실제 올해 2월에 있었던 나훈아 콘서트 티켓 서버가 다운된 사례를 떠올려보자. 이를 보면 공연문화에 참여하는 팬 주체에 대한 시각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나훈아 콘서트는 서울 공연이 3분 만에 매진된 데 이어 지방공연도 차례로 매진됐다. 덕분에 주최 측은 10개 도시 공연 추가계획을 밝힌바 있다.

2013년에 있었던 슈퍼소닉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다름 아닌 당시에 19집을 발표한 조용필이었다. 조용필의 공연에서 필자는 중장년층이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포토 부채를 나눔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이때 필자는 ‘어쩌면 팬 문화에서 세대란 우리가 만든 경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실제 팬텀싱어2 우승팀인 포레스텔라의 팬들도 평균 나이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10대에서부터 70대까지 골고루 다양한 세대가 팬덤 내부에 존재한다. 필자는 포레스텔라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이를 스트리밍하는 구독자의 젠더 및 연령대를 살펴보면 여성이 94.2%로 압도적으로 많다. 또 만 45세에서 64세가 71.5%를 차지한다. 공연 영상을 주로 살펴보는 나이대가 실버세대임을 감안할 때, 그들의 미디어 활용도와 공연 소비 욕구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팬 주체는 우리가 생각하듯 하나의 고정된 모형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의 실버세대 또한 그들이 10대와 20대일 때 미디어에서 셀러브리티를 접하고 팬 문화를 직접 생산해낸 팬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문화향유에 있어서의 세대 대통합은 ‘팬’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팬이 된다는 것, 그 멋진 경험을 해 본 자들은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그야말로 ‘열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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