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추이 관리목표치에 미달…"통화정책, 물가보다 실물지표 더 신경 쓸 것"

한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목표 궤도에 오르지 않고 있어 통화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경기 상황과 미국과의 기준 금리 차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 압력은 높아졌는데 저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견조한 실물지표 속에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에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경기는 회복하는데 물가가 말썽···통화정책 운용에도 어려움 가중

물가 상승률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 괴리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30(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 상승했다. 지난 3월(1.37%)보다 0.27%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치인 2%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으로선 저물가 탓에 고심이 깊어졌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 제 1조를 통해 ‘물가안정’을 제 1의 목표로 하고 있다.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사람들의 지갑을 열고 투자와 소비, 생산을 촉진 시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물가안정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지난 4월에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1월 전망치(1.7%)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통화정책 당국자들도 물가에 대해 우려스런 목소리를 내고있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9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물가 수준은 낮은 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근원물가 상승률, 기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 부근에 안착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4월 의사록에서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측면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도 물가는 논란거리다. 소비, 투자 등 실물 지표는 호조를 보이면서 통화 완화 정도를 축소시킬 수 있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올해 2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도 더욱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 2%대 도달’을 자신하며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는 미 연준과는 달리 한국은 물가 경로가 연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부담이 뒤따른다.

◇ 물가보다는 실물지표···전문가들 “하반기 기준금리 한 차례 인상”

다만 한국은행은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제21차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찾은 필리핀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물가보다는 소비, 투자, 고용 등 실물지표를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도 한국은행이 물가보다는 경기 상황에 가중치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한 차례 정도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올해 7월 한 차례로 본다”며 “우리나라 경기가 올해 2분기까지는 나쁠 것 같지 않아 7월달까지 확인되는 실물 지표들이 금리 인상 명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물가도 6월이나 7월쯤에 음식료 물가 상승 등 계절적인 영향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여 7월이 한은 입장에서 최적의 시기가 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 이슈는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의 괴리를 좁여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한 것이다. 기준 금리를 한 번 정도 올리는 것이 물가와 불균형 중 한국 경제에 어느쪽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할 지를 판단했을 땐 물가가 발목을 잡을 것 같진 않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1회 정도로 예상한다. 다만 인상 시점에 대해선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나오는 시그널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물가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제 1의 목표인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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