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취지' 대법원 파기 환송심 11일 선고…'보험성 뇌물'에 대한 국민 법 감정과 ‘괴리’ 커 논란

김정주 NXC 대표와 진경준 전 검사장 / 사진=뉴스1

 

넥슨으로부터 각종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경준 전 검사장이 핵심 공소사실인 ‘공짜주식’ 등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기환송심이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직무관련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11일 진 전 검사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연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고, 혐의 5개 중 3개를 무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이뤄졌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10월~11월 2차례에 걸쳐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4억2500만원어치)를 사실상 무상으로 받은 혐의 등으로 2016년 7월 구속기소됐다. 진 전 검사장은 이 주식을 2006년 넥슨재팬 주식 8537주로 교환해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 혐의는 1심 무죄, 2심 일부 유죄(매입자금 수수 부분만 유죄), 3심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

진 전 검사장에게는 또 ▲김 전 대표로부터 고급 차량과 수천만원 상당의 가족 여행경비와 고급 차량을 제공받은 뇌물수수죄(무죄→유죄→무죄) ▲한진그룹 관련 내사 사건을 종결하면서 대한항공으로부터 100억원대 일감을 처남 명의의 청소용역업체에 몰아준 제3자뇌물죄(유죄→유죄→유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한 금융질명제법 위반(유죄→유죄→유죄), ▲허위로 공직자 재산을 신고한 공무집행방해죄(무죄→무죄→무죄)도 적용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주식 구입 자금을 ‘직무상 대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해야 하고, 장래에 담당할 직무에 대한 대가라고 하더라도 막연하고 추상이거나 장차 수수한 이익과 관련지을 만한 직무권한을 행사할지 여부 자체를 알 수 없다면 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굳혀져 있다.

대법원은 이 판례에 근거해 ‘스폰서’ 형태의 뇌물공여와 수수라도 직무상 관련성을 찾기 어려워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주식매수 자금 혐의에 대해서 “자금을 받은 뒤로부터 10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면소(免訴) 판결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대법원 논리대로라면 기업인이 평소 친분이 있는 공무원에게 금품·식사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1985년 처음 만나 대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2005년까지 20년간 친구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이익을 처음으로 공여한 2005년 이후로 수차례 김 대표와 회사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 없음 또는 각하 처분으로 종국되거나 소액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는 정황을 모두 인정했다.

또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이익을 공유한 이유에 대해 ‘자신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검사인 진 전 검사장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고 진술도 파악한 상태에서 너무 형식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업가가 검사에게 보험을 들어도 된다는 논리인지 의문”이라면서 “사법부가 뇌물죄 성립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국민의 법 감정과 재판 결과가 상당한 괴리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11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3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130억600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에 승복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런 결론이 검사 직무 집행의 적정성과 공정성, 신뢰성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며 “다신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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