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설비 원가경쟁력 부각…수익성 극대화 전망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합작투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정유 4사가 모두 올레핀계열 비정유 사업에 투자하게 됐다 . 사진은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합작투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정유 4사가 모두 올레핀계열 비정유 사업에 투자하게 됐다. 두 회사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지만 화학업계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1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설비에 투자하기로 하고 투자합의서에 서명했다. 두 회사가 기존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에 추가 출자한 뒤 현대케미칼이 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이번 투자는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설비 완공시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부지와 부두, 유틸리티 등을 활용해 투자비용이 최소화되며 롯데케미칼의 투자금액의 절반가량을 차입금으로 충당해 최초 투자 비용을 낮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완공 뒤 HPC의 우수한 원가 경쟁력으로 수익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투자 이전부터 정유업체들은 앞다퉈 석유화학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더구나 정유업체들은 지금까지 주력 사업인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남은 잔사유 등 부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저부가가치로 처분했던 원료들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잔사유고도화·올레핀하류(RUC/ODC)시설을 완공하고 시험 가동을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안으로 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설비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남는 잔사유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GS칼텍스는 2조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시설(MFC, Mixed Feed Cracker)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현대케미칼의 HPC와 이름은 다르지만 납사는 물론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LPG·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가 경쟁력이 높은 시설이다. 여기에 이미 NCC를 보유 중인 SK이노베이션도 석유화학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정유사들의 신규 투자가 이어지면서 석유화학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향후 석유화학제품 수요 성장세가 탄탄해 공급 증가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모두 석유화학 쪽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공급과잉에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완공까지 시간이 남았고 향후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아직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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