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 열풍 극장 수익‧주가↑…영화산업 생태계 위해서는 ‘어벤져스3’ 이후가 중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첫날인 4월 2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전광판에 표기된 잔여석 현황. / 사진=연합뉴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국내서도 이름값을 증명했다. 특히 돋보이는 수혜를 본 건 극장이다. 수익과 주가가 공히 탄력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영화산업이 훈풍에 올라탔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의 또 다른 축인 투자배급시장의 부진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어벤져스3’의 ‘나 홀로 흥행’이라는 시각도 많다. 제작서 투자배급, 상영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해 ‘어벤져스3’ 이후의 성적표가 중요한 이유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3’는 7일까지 누적 901만3127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약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봉 3주차까지 매출액 점유율이 7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화제다. 여전히 1만회 이상의 상영 기회를 얻고 있어서다. ‘어벤져스3’는 이번 주 안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설 전망이다.

극장이 ‘어벤져스3’ 흥행을 반가워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ATP(영화티켓가격)는 9000원으로 높은 수준인데, 4월 초부터 진행된 가격인상 효과와 3D, 4DX, IMAX 등 평균 대비 높은 프리미엄 영화관 비중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벤져스3’는 장르 특성상 특별관을 택하는 비중이 높아 그 효과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 상승의 지렛대가 된다. CJ CGV는 지난해 2분기 용산아이파크몰 개관 준비에 따라 영업적자 31억원을 기록했었다. 국내사업부가 9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하락세를 자극한 탓이다. CJ CGV가 터키와 베트남, 중국 등 주요국가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국내 바깥에서도 ‘어벤져스3’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J CGV 주가가 완연한 상승곡선을 타는 이유도 이렇게 호재가 겹쳐있는 덕분이다. ‘어벤져스3’ 개봉 한 달 전 6만5000원 안팎에 거래되던 CJ CGV 주가는 현재 7만3000~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설 연휴 효과를 누린 1월 말에서 2월 초 이후 가장 돋보이는 성적표다. 영화산업 심장부 미국서도 주요 극장체인 주가는 ‘어벤져스3’ 덕에 상승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산업은 완연한 봄바람에 올라탔나. 상황은 간단치 않다. 한 중견 영화인은 “4~5월이 비수기였는데, 외화가 공백을 메꿔준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비수기를 전략적으로 노릴 수 있는 국내 중간급 상업영화 다수가 이 시기를 피해가고 있다. 저예산 작품은 손익분기점(BEP)도 낮을뿐더러 수요층이 다르니 자유로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상업영화가 마냥 그럴 수는 없지 않나. 배급 선택지가 어쨌든 좁아진 것이다. 점점 과제가 어려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업계 현실서 극장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수년 째 국내 1인당 연간 영화 관람횟수는 답보상태다. 파이가 늘지 않고 있어서다. 이러다보니 외화와 한국영화가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 관계처럼 관객 앞에 놓여있다. 연휴 덕에 기대를 모은 2월의 경우 관람객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마블 ‘블랙팬서’가 흥행했지만 한국영화 관객이 21.5%나 줄어든 탓이다. 영진위는 “설 연휴가 있었음에도 낮은 관객 수를 기록한 건 한국영화 개봉작들의 관객 동원력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극장입장에서는 ‘어벤져스3’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게 필요하다. CJ CGV 관계자는 “5월에 석가탄신일 등 연휴가 끼어있는 날짜가 남아있다. 그래서 주요 작품 개봉이 예정돼 있다”면서 “영화 한편 흥행 후 ‘재밌는 게 없다’보다는 ​볼 만한 콘텐츠가 많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와야 한다. 그래야 관객 선택지도 넓어져 한국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 봐도 ‘어벤져스3’ 이후의 향배는 눈과 귀를 모을 수밖에 없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저항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흥행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는 4월이 가장 적합했을 것”이라며 극장들의 티켓가격 인상의 배경을 분석한바 있다. 이는 곧 ‘어벤져스3’ 이후 박스오피스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반응을 가늠해볼 지표가 될 거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현장의 시선도 ‘어벤져스3’ 이후를 향한다. 극장들은 인상 덕에 “투자금 회수 증대 등 영화업계 전반의 재정적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른바 ‘낙수효과’를 부각시킨 바 있다. 이런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려면 ‘어벤져스3’ 이후에도 관람객 숫자가 유지돼 국내 상업영화들이 혜택을 봐야 한다.

익명을 원한 영화제작업계 관계자는 “실제 낙수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제작단계서 얻을 수익이 이론적으로 커진 건 분명하다. 그런데 이건 ‘어벤져스3’ 같은 영화가 아니라 평균 수준 제작비가 쓰인 국내 상업영화에도 관객들이 예년만큼 모인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관측”이라며 “만약 인상이 관람 횟수 감소로 이어지면 어찌 될까. 대작을 택할 비중이 더 높아질 거다. 이는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나 할리우드 작품에 인상수혜가 더 몰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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