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품목 수출할당량 소진…쿼터 배분에 촉각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면제한다고 확정 발표했지만 철강업계는 반길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관세 대신 받아들인 쿼터제(수출 물량 할당제)로 업체간 불량 배분 문제가 남았고 일부 품목에서는 벌써부터 올해에는 더 이상의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 사진=뉴스1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면제한다고 확정 발표했지만 철강업계는 반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관세 부과 잠정유예 가운데 가장 먼저 관세 면제 지위를 확정했다는 상징적 의미 외에 실익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관세 대신 받아들인 쿼터제(수출 물량 할당제)로 업체간 불량 배분 문제가 남았고, 일부 품목에서는 벌써부터 올해에는 더 이상의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주 철강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면제국 확정 발표로 장기간 계속되던 불안감이 줄었다. 한국 철강업계는 지난 2015~2017년 대미 철강 수출 물량 평균치의 70%를 추가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장기간 철강 업계에 불안감을 키웠던 문제가 해결됐지만 정작 철강업체들의 반응은 탐탁치 않다. 관세 대신 받아들인 쿼터제 시행으로 벌써부터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는 수출 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에 배정된 연간 쿼터는 263만톤 가량인데 품목별로 수출 가능한 물량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일부 품목에서는 벌써 올해 수출 가능 물량을 모두 소진해  수출길이 막혔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54개 철강 품목별로 쿼터 수량을 전달했다. 54개 품목 중 9개는 이미 올해 쿼터를 모두 소진했으며 내년 쿼터가 새로 생기기 전까지는 미국으로 추가 수출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파일용 강관 제품은 할당량인 4807톤을 이미 미국으로 수출했고 방향성 전기강판도 7505톤을 수출해 배정된 쿼터를 채웠다. 스테인리스 냉연은 1649톤이 이미 수출됐고 스테인리스 주단강 잉곳은 215톤,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 및 비정형제품 3만2914톤도 쿼터를 모두 소진했다. 

 

봉형강류중에서는 앵글과 섹션 일부 제품이 1150톤을 수출했고 공구강은 849톤을 채워 올해는 더 이상 수출할 수 없다. 이외에도 일반강 평철과 열간압연제품은 과거 대미 수출 실적이 없어 쿼터 자체를 배정받지 못해 수출이 어렵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쿼터 산정 기준일을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한 점부터 부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준일이 올해 초로 잡히면서 쿼터 배분을 시작도 못해보고 올해는 수출이 불가능해졌다​정부간 협상이 쿼터제로 마무리될 줄 미리 예상한 곳은 없었겠지만, 이 때문에 손해를 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쿼터가 남아 있는 분야에서도 철강업체 간 배분에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를 중심으로 업체간 협의를 통해 쿼터 배분 문제를 논의 중인데 아직은 협의를 마무리한 품목이 없다. 

 

또 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미국 철강 관세를 피한 것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지만 쿼터제 부담에 수출에 타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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