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민원이나 분쟁 시달릴 틈조차 없어 참는 분위기 팽배

지난달 2일 오후 1시20분께 전북 익산시 한 종합병원 앞에서 윤모씨(48)가 자신을 구해준 구급대원 강연희(51·여) 소방위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겨 있다. / 사진=뉴스1

최근 참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나 공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북 익산에서 술취한 시민 구급활동을 벌이던 119 구급대원이 그 환자에게 맞아 사망한 사건입니다. 당시 주취자는 구조대원의 머리를 주먹으로 몇 차례 떄렸고 결국 119 구급대원은 뇌동맥류 파열로 숨졌습니다.

이를 보고 몇몇 분들은 분노와 함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왜 유독 119 구급대원들은 이렇게 맞는 경우가 많은지, 맞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지 말입니다.

여기엔 참 웃지 못할 이유가 있습니다. 아예 문제를 삼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게 마치 미덕처럼 돼 버린 한국 특유의 공무원 문화 때문입니다. 복수의 119 구급대원들에 따르면 구조활동을 벌일 때 폭행을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 하답니다. 심지어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 법적분쟁을 벌이면 119 대원만 손해입니다. 괜히 이런저런 민원에 시달려 피곤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그냥 이런 일들이 있더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각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솜방망이 처벌이라도 되면 다행이고 구급대원이 더 피곤해질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제 좀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저 슬퍼하고 애도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앞으로라도 좀 119 대원들이 당당히 이런 폭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환경이 바뀌어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119 대원을 폭행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해 엄벌을 처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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