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소환 시점, 부실한 기초조사 등 수사 의지 결여 정황 상당해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모씨(49·구속 기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로 수십 차례 대화를 주고받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경찰이 이른바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사하고 있다. 범죄 혐의가 없는 참고인 신분이라는 법적 지위와 소환 시점 등을 두고 경찰의 보여주기식 조사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경찰은 4일 김 전 의원을 ‘드루킹’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이 드루킹 김모(구속기소)씨의 댓글 조작을 알았거나 지시했는지, 댓글 조작을 대가로 인사 청탁을 받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는지, 김씨와 자신의 보좌관 사이의 돈거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소환 시점이 너무 늦은데다, 기초적인 조사도 안 된 것으로 알려져 ‘보여주기식 면죄부 소환’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 전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물매를 맞는 이유는 첫째 김 의원의 신분이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이 김씨에게 ▲‘내가 답답해서 문재인 홍보한다’ 제목의 유튜브 링크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외신 일정 ▲“네이버 댓글은 이런 건가요” 메시지 ▲URL을 담아 “홍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에 김씨가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댓글 조작을 지시하거나 적어도 부탁한 게 아니냐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부분이 확인되면 인정되면 김 전 의원은 공범 또는 교사범이 된다.

하지만 경찰은 김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그의 혐의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찰이 김 전 의원의 연루 범위를 김씨가 기소된 평창동계올림픽 기사 댓글 조작 부분만으로 국한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이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미리 짜놓고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과 브리핑은 ‘봐주기 수사’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 전 청장은 지난달 16일 김 전 의원이 김씨의 메시지를 받아보기만 한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취지의 언론브리핑을 했다가 나흘 뒤인 지난달 20일 “정확하게 사실을 숙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경찰의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김 전 의원의 소환 시점이다.

김 전 의원에 대한 소환은 이 사건 수사 개시 78일, 김씨의 체포 45일 만에 이뤄졌다. 김 전 의원이 피의자에 버금가는 참고인인데도 김씨를 재판에 넘긴 시점까지도 김 전 의원을 부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이 사건의 핵심 물줄기가 김 전 의원이라는 지적이 상당했지만, 경찰은 김씨 일당이 저지른 범죄라는 프레임으로 이 사건을 진행해 왔다. 이날 김 전 의원의 소환 역시 여론에 떠밀려 이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실한 기초조사도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비판에 힘을 싣는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의 통신 및 계좌내역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검찰에서 기각되자 재청구를 하지 않은 것인데, 불편한 속내를 언론을 통해 토로할 뿐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

경찰은 또 김 전 의원에 앞서 소환한 김 전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씨와 김씨가 인사 청탁한 변호사 2명에게서도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김 전 의원에게 피상적인 내용만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법학교수회 백원기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김씨를 기소한 이후 뒤늦게 김 전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것은 국민들이 볼 때 축소수사와 면피성 수사로 의심된다”면서 “김 전 의원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당선이 유력한 도지사 예비후보라는 이유로 편파적인 부실수사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나아가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경찰의 수사의지와 검찰의 수사지휘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특별검사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경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 앞에서 “조사 과정에서 분명하게 설명하고 충분하고 정확하게 소명하겠다”며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